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은지 피디 Jan 20. 2024

기분 잡치지 않게 말하는 김태호 피디의 능력

선배나 상사 즉 윗사람은 말을 골라서 하지 않을 자유를 가지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회사 생활을 하는 대다수가 거의 매일 같이 하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권위를 가진 자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무례를 마음대로 범해도 되는 것인지.

또 아랫사람이라면 응당 밝게 긍정으로만 대해야 하는 것인지.


사실 나는 조연출 때도, 연출을 돕는 ‘조’ 연출로서의 위치를 망각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여과되지 않은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말 한마디에 하루가 흔들릴 만큼 영향을 받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인신공격성 말도 아니고 상스러운 욕이 섞여있지도 않은데,

“네 프로젝트 1도 모르겠어. 너나 웃기지.“, ”팀을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되는 거야.“ 이런 말들에도 휘청휘청한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아래 짤.

정재형의 유튜브에 김태호 피디가 출연한 회차 캡처인데, 무한도전 때 유재석 같은 핵심인물에게만 대본을 줬다는데 나한테는 왜 안 줬냐 뭐 이런 소소한 서운함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형(정재형)한테는 대본이 없었죠, 왜냐면 ‘되게’ 중요 인물까진 아니니까


사실 연예인들은 차별대우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대기실 위치, 크기부터 등장 순서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만 대본을 주지 않았다는 건 굉장히 빈정 상하거나 자존심 상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런 점에 대한 지적을 받았을 때, 오히려 말을 흐리거나 ”그건 메인 엠씨만 주는 거예요. “라고 팩트로 대답했다가는 상대를 다시는 안 보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냥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로 “형은 뭐 되~~~게 중요하진 않으니까요.“ 이렇게 일정 부분 진심도 전달하면서 위트 있게 말하니 그냥 서로 깔깔 웃고 넘어가게 된 것이다.


아마 내가 불후의 명곡 조연출 때 봤던 정재형 오빠라면 속내를 다 알면서 괜히 장난 삼아 찔러보듯 물었을 것이다.

아마 저 답변도 예상하고 질문을 던졌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로 상처받는 이 세상에서 상대의 마음을 해치지 않고 말하는 기술은 정말 귀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이 탑재되는 세상이 되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청을 원한다면 돈 내고 말합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