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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Dec 15. 2023

경청을 원한다면 돈 내고 말합시다

≪왜 욱하세요_김범준≫를 읽고

사회생활의 고단함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나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들의 여전한 숙제이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은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 책에서는 그 '대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대화는 혼자만의 중얼거림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모습과 감정을 끊임없이 읽어 내야 하는 일종의 프로세스입니다.

 '아 그래서 피곤한 거구나...'.  

상대가 내 말을 반감 없이 재미있게 듣고 있는지, 내 말이 먹히고 있는지 파악하며 내 얘기까지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정밀한 작업을 몇 시간씩 이어가려면 쉽진 않은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대화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있다. 바로 '경청'이다.


내가 너~어무 좋아하는 사람의 얘기라도 길면 지루하다.

영상이면 배속이라도 빠르게 돌릴 수 있지만 현실에선 참고 들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듣기란 ‘일정한 대가를 받아야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관심사와 별 관계도 없는 누군가의 말에 귀를 열고 들어야 하는 것은 일종의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즉, 경청이란 대가를 받지 않고 기꺼이 하기엔 너무도 고난도의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심리 상담센터를 다녀오고 나서, '몇 십만 원 받고 얘기 들어주고 끄덕여준 게 다인 것 같아서 아까운데...?'하고 본전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일침을 가한다. 좋은 얘기도 아니고 힘들고, 우울하고 답 없는 얘기를 욱하지 않고 들어주는 건 굉장한 전문가의 노력이자 노동이므로 대가가 무조건 주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백 번 공감했다.


나 또한 일주일에도 몇 번씩 회의를 하곤 하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현재 메인 연출을 맡고 있기 때문에 주로 듣기보단 내가 주도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아래 부분에 더 뜨끔했다.


실제로 우리는 말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습니다.
성장하고 싶다면, 어제와 다른 내가 되고 싶다면 일단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아무 판단도 하지 않고 내 마음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내주겠다는 태도로 상대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음에 상대방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수용하려 한다면 욱하게 될 뿐입니다.




상대방이 얘기를 할 때 말대꾸를 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고 해서 경청이 아니라는 점도 뜨끔했다. 잠자코 듣고 있는 것 같지만 상대가 말하는 내내 나는 다른 설득 논리를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내 주장을 우길 시간을 버는 것뿐 사실상 딴짓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상대라고 내 얘기가 다 맞다고 생각하고 좋기만 했을까.

단지 내가 메인 피디라서, 내 위치 때문에 참고 들어준 건 없을까.


그것에 대해 내가 겸연쩍어하고 미안해한 순간은 몇 번이나 있었을까,

늘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나라고 반성하며,


올해, 그리고 내년에도

가장 어렵다는 경청의 자세를 최상위 목표로 가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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