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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Dec 06. 2023

내 이름은 수지가 아닌데 수지라 부를 때

10여 년째 면접관을 자처하며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FD.

촬영부터 편집, 그리고 본방송이 나가기까지 없어선 안 될 존재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숙련된 FD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의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창피하지만 예전엔 몰래 운 적도 있다.ㅋㅋ)


이제 울 정도 까진 아니지만 중요한 인력이기에 메인 연출피디가 된 이후에도 면접에 꼭 참석하는 편이다. 어제 면접 때의 일이다.


서류와 소위 말하는 스펙이 너무도 좋았던 친구가 자기소개서에 다른 프로그램명을 떡하니 적었다.

예를 들면, <살림남> 채용 자소서에 "<나 혼자 산다>를 위해 온몸 바쳐 일할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강렬하게(?) 출사표를 날린 상황으로, 내 (프로) 이름은 수지가 아닌데 자꾸 수지로 부르는 형국이었다.


면접 전에 이 사실을 알았지만,  이것만으로 이 친구를 탈락시킬 생각은 없었기에 면접은 예정대로 진행했고 면접 마무리에 이 친구만 따로 불러서 솔직하게 알려줬다.


공격하기 위한 목적은 절대 아니고, 이런 작은 실수를 누군가는 치명적인 결함으로 볼 수 있으니 앞으로 조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당연히 어린 나이이므로 여기저기 서류 넣고, 면접 보고 할 텐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실수지만 본의 아니게 무성의하다는 평을 받을 수 있으니 말으니 조심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실제로 나도 20대 초중반 때, '면접왕'이라고 자아도취에 빠져있을 때 A사 자소서에 B사 이름을 적는 저런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 인턴 이었는데, 이미 제출 완료 된 상태에서 나 스스로 실수를 확인하고 창피해서 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한 번이 아니라, 급하게 자소서 내용을 복붙하다 또 그런 적이 있는데 이 때는 사전에 인지를 못하고 면접을 본 이후에 알았고, 면접관은 인지를 했는지 안 했는지 따로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한 사람으로서 알려주고 싶었다. 얼굴이 빨개지며 죄송하다고 했지만 죄송할 일은 전혀 아니다. 혹여라도 건너 건너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어디 가도 탐 낼만한 경력을 가진 인재이기에 절대 기죽지 말고, 지금처럼 하면 될 것이다. 다만 본인을 한 번쯤 가볍게 의심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원하는 목표 지점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실수가 없는 사람은 없고, 그 대처와 태도가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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