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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Oct 01. 2023

‘시야’를 넓혀준 동반자를 만난 기적-수영 편1

내가 극복 못하는 공포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물에 대한 공포’이다.

딱히 물에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일단 성인이 되기 전까지 수영을 배워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 어떤 운동이든 끝장을 보는 지금의 신랑을 20대에 만났고,

당시 수영에 남편은 과몰입되어있었기에 나 보고도 해보라고 했었지만 당연히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아무리 얕은 물에서 쉽게 가르쳐줘도 물속에서 긴장한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가장 기본이라는 ‘몸에 힘 빼기’조차 전혀 되질 않았다.

내 키만큼도 안 오는 풀장에 억지로 들어가서 좀 배우다가 바둥대면서 허우적대다가 괜히 “수영 싫어한다고 했지!!”라고 짜증을 낸 적도 많다.


그러다 30대가 되어 결혼을 하고 순전히 내 취향대로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신혼여행을 가게됐다.

탄자니아 신혼여행의 필수 코스와도 같은 ‘돌핀투어’.


신랑의 설명대로라면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에 가서 “점핑!”하고 외치면 첨벙하고 들어가 돌고래 떼와 같이 수영(?)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현지에 도착해서 막상 그걸 한 생각을 하니 전 날부터 손이 떨리고 잠이 안 왔다.


뭐든 특유의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해내려는 의지의 사나이인 남편이지만, 이러다 사람 하나 잡을 것 같았는지

결국 배 출항 직전에 예약해 둔 돌핀투어 업체에 전화를 걸어 어설픈 영어로 ”MY wife is so nervous... so I want to cancel..."이런 취소 요청 통화를 했고,


결국 탄자니아까지 가서 돌고래는 지느러미도 못 보고 왔다.


그러다 이번에 남편과는 두 번째로 가게 된 오키나와.

첫 오키나와는 결혼 전에 엄마와 남편과 나, 이렇게 셋이 갔었다.


나만큼 물에 대한 감각이 없고, 공포가 많은 엄마를 고려해 바다는 여행 리스트에 아예 빠져있었다.

국제거리, 아메빌, 슈리성 등의 지금 생각해도 편하고 좋았던 코스.


그때 샀던 시사모형과 미니어처 아와모리 병이 아직도 엄마 집에 전시되어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나 이번에 가게 된 오키나와는 사정이 달랐다.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8세 아들이 있었고 그 아이는 물개만큼 물을 좋아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깊은 물만 봐도 벌벌 떨리는 나지만,

나도 결단과 결심이 필요한 때였다.


-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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