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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29. 2023

시어머니가 내 브런치 글을 보셨다.

https://brunch.co.kr/@pyunpd/223

얼마 전 시어머니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걸 남편이 시어머니께 보내드렸나 보다.


일흔이 훌쩍 넘으셔서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셨을 테고 글씨도 작아서 보기 힘드셨을 텐데 보시고 찬찬히 보내주셨을 메시지.

아마도 내가 피드백에 집착(?)한다는 얘기를 남편이 시어머니한테 하도 해서, 어머니 딴에는 의무감에 침침한 눈으로 쓰고 또 쓰셨을 것 같아서 민망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하늘같이 높기만한 어머니의 마음


“우리는 참 좋은 인연인가 보다.”

이 문장은 언제 봐도 눈물이 맺힌다. 진심으로 공감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결혼할 때 즈음, 어머니는 복스러운 갈색 토끼가 마당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셨다고 하셨다.

결혼 전에 그 말을 남편한테 전해 들을 때도 초면엔 누구나 좋은 얘기를 해주시는 거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시어머니로 만난 인연인 어머니는 짧은 사회생활 속에서 만난 그 어떤 어른보다 크고 높은 분이다.

다른 어른들과 같이 뵐 때면 남다른 배려와 세심함에 더욱 놀랄 때가 많다.

그 덕에 다른 어른들의 부족함이 훨씬 더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마저 가벼운 험담대신 그분의 장점을 찾아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분이 우리 어머님이시다.

친정엄마와 시부모님이 함께한 식사

이번 추석에는 이모도 돌아가시고, 혼자 있을 우리 엄마가 마음에 걸리셨는지 친정에 다 같이 가서 하루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엄마의 큰 강점인 음식 솜씨를 발휘해 대접하고 그 안에서 엄마가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과 엄마의 생일 축하도 같이 하기로 한 날.


원체 따뜻한 시부모님들이라 그런지 엄마도 오랜만에 쓸쓸함 대신 포근한 가정을 느끼는 듯해 보였다.

며느리인 나뿐만 아니라 나의 엄마인 사돈의 그늘까지 신경 써주시는 나의 시어머니와 남편.


볼 수록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다.


결혼 전 나에게 명절은 늘 불편하고 싫은 것이거나 의미 없는 날이었는데,

결혼 이후 어른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라는 걸 새삼 더 느끼고 있다.


높아진 가을 하늘만큼, 부모님들이 더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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