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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Oct 10. 2023

인생 노잼일 때 출간 알림 도착

당신의 숨구멍은 무엇입니까

"네 책장에는 책이 얼마나 있는지 은지 책장이 나는 진짜 항상 궁금하다."

지금은 퇴사한 이민정 선배가 꾸준히 책을 들고 다니는 나에게 했던 말이다.


"선배, 근데 저 책 많이 없어요. 다 빌려보는 거라서..."


그렇다.

나는 책을 거의 사지 않는다.


취준생 시절에는 공허함을 달래고자 중고책을 사서 모으기도 했고, MBC 인제스트실에서 일할 때는 문화부로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책들이 쌓이면 무료 나눔을 했는데 그때 차도 없는 주제에(?) 무리할만큼 이고 지고 해온 정도가 전부다.


그 외에는 최애 작가의 책들만 알람을 맞춰놓고 구매하고 나머지는 전부 빌려보고 반납하곤 한다. 

그래서 한 번 보면 다시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에 오래 기억해 보려는 방편으로 주요 문구를 필사하고, 북리뷰를 쓰기 시작한 습관이 20년이 다 되어간다. 


사실, 최애작가도 몇 안되지만 그중 한 명이 은희경 작가이다.


"뭐 이러냐. 요즘 사는 게 재미 하나 없다." 싶을 때 알라딘에서 출간 알림이 왔다.

은희경 작가 출간 소식과 함께 도착한 사인 인쇄본 사전 신청 알람이었다.


뻔한 상술이라면 상술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링크를 타고 가서 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 책은 온전한 내 것이기에 젖거나 오염될 걱정 없이 책 끝을 접기도 하면서 편하게 완독 했다.

아이들의 깨발랄한 소음을 이겨내고(?) 완독 한 <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 2023


아이들의 소음을 뚫을 만큼 여전히 애정하는 은희경 작가.


고등학교 때부터 오랜 시간 팬이다 보니 초반에 대표작들을 몰아서 찾아볼 때는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면, 세월이 흐른 만큼 실제로는 일체의 친분도 없지만 혼자 내적 친밀감이 커져서 친근한 마음에 나와의 공통점도 찾게 될 지경이다. 


어린이는 정의로운 존재이므로 뜻밖에도 죄의식을 많이 느낀다. 어른과 다른 점이다. 그리고 자신이 나쁜 사람일까 봐 두려워하는데, 그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서 착한 어린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겁을 주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이일 때는 누구나 자신이 착하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왜냐하면 착한 아이만이 어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 꾸중을 들을 때마다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만 봐도 알 수 있죠. 애들은 잘못을 뉘우쳐서 우는 게 아닙니다. 혹시 자기들이 착하지 않은 아이일까 봐 겁이 나서, 아니면 자기를 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억울해서 우는 거죠. 아이들에게는 자기가 착하지 않은 아이로 보인다는 사실이야말로 사랑받을 수 있는 밑천, 즉 생존의 조건을 잃어버리는 일이거든요. 사랑을 원하는 것은 모든 약 존재들의 생존 본능이니까요."

-<친구에게 빌려주면 안 되는 물건> 중

출간이라는 것이 1년에 한 번도 없을 경우가 많지만,

퍽퍽한 시간을 지날 때 예상치 못한 이런 알람을 받으면 식으려던 삶의 온기가 조금은 데워지는 느낌이다. 


"그래, 주말에 은희경 작가 신간 읽어야지." 하는 기대감으로 한 주 살게 되니까 말이다.

삶의 이유를 온전히 나의 내면에서 찾으면 가장 베스트겠지만, 그것에 아직도 미숙하기만 한 나로서는 이마저도 굉장히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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