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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Dec 16. 2023

정신질환자 딸의 엄마로 살아남는 것에 대하여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_김현아 지음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세상의 약자 그중 특히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이유는 심플하다.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내과 의사다. 그리고 나와는 달리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지내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의 자해 흔적을 발견한 이후 수십 번 넘게 딸을 정신 병동에 입원시키고, 응급실을 달려가며 써 내려간 기록들이다. 늘 명랑하고 사랑받던 모범생 딸이 말이다.


저자의 남편도 의사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기록 외에 전문적인 의학영역의 이야기들도 있어 책 내용 자체도 유익하다.

특히 전 세계 유명인들을 죽음으로 내 몬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연구하여 기술하고 있다.


글 만보면 아픈 딸을 둔 사람의 글 같지 않은 정도로 덤덤하다.

그렇지만 알고 있다. 얼마나 처절히 이겨내고 싶었으면 미친듯이 연구를 했을까 하고.


가족이 특정 질환을 앓게 되면 그 분야의 반 전문가가 된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가족을 살리고 나 또한 살아남기 위한 고달픈 발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앉은자리에서 놓지 않고 다 읽어낼 수밖에 없었다.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고 한다.
(중략)
그것은 몇 시간 동안 카카오톡 메시지 확인 표시 숫자가 바뀌지 않은 것만 보아도 아이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는 그런 형태의 삶을 의미한다.



도나 타트의 소설『황금방울새』(허진 옮김, 은행나무 2015)에서 주인공인 소년이 일하는 엄마의 귀가가 늦어질 때 불안해하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 이야기였다. 나도 어린 시절, 교사였던 어머니가 직원회의 등으로 늦어지면 문밖으로 나가 하염없이 어머니를 기다리며 세상의 온갖 걱정을 다 했던 기억이 있다. 이랬던 어린 시절 기억은 다 사라지고, 나는 내 아이에게 더 심한 불안감을 매일같이 안겨주고 있었다.  -p.55


https://youtu.be/WDRPZkvbCIg?si=HInn2zTqC5oHGe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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