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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Feb 23. 2024

올해에 들어서며 바꿔버린 것들

끊어내도 괜찮더라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들 한다. 

그만큼 변화라는 건 쉽지 않고, 드물게 찾아온다.


나 또한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분명히 있음에도 변화하기 두려워서 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올해가 시작된 지 3개월 남짓 돼 가는 지금, 확실히 바꿨다고 하는 점들은 다음과 같다.


1. 무례한 사람 차단하기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고 요구사항만 툭 던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홍보가 급선무인 매니지먼트에서 나에게 무언가를 맡겨놓은 듯 무례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수년간 대응해 왔지만, 그 무례한 존재자체가 주는 부정적인 에너지와 그들이 나에게 접근했을 때의 불쾌함이 꽤 컸다. 과감하게 차단했다. 차단을 하면 업무에 불편함이 있을 거라고 걱정해 막연하게 참아왔는데, 지내보니 정말 급한 일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들어오기 마련이다. 괜찮다. 


2. 먼저 인사하기

유아도 아니고 먼저 인사하는 게 뭐 대단하다고 변화로 넣을까 싶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게 나에겐 참 어려웠다. 누군가의 집중하는 시간을 깨는 것 같기도 했고(별 핑계), 괜히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라는 검증 안된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있었던 것 같다. 정작 나는 밝게 인사하는 사람을 누구보다 좋아하면서 말이다. 새해부터 출근하며 가장 먼저 만나는 시큐리티분들과 크로스핏 하러 가서 만나는 분들한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있다. 대부분의 반응은 움찔!하고 나서 반가워해주었다. 이것도 괜찮다.


3. 이동 중 음악 대신 강연 듣기

나는 내 힘으로 무언가를 골라들을 수 있는 초등 저학년부터 지금까지 이동 중엔 무조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좋아하는 가요는 천 번도 들었다. 남편 차만 타면 나오는 부동산 관련 오디오나 영어 강연이 시끄럽다고 생각했고 그걸 피해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바꿔보고 싶어졌다. 무의미하게 듣는 음악 말고 궁극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를 들어볼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새해부터는 좋아하는 강사나 작가의 오디오를 듣는다. 그리고 나 역시 저렇게 말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었지 하고 깨달아가고 있다. 꽤 괜찮다.


4. 크로스핏 도구 사기

크로스핏을 한지 꽤 됐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중하의 실력을 갖고 있기에 그립이나 크로스핏화를 사는 것 자체가 오버이자 사치라고 생각했다. 회원들이 철봉에 맨손으로 매달리는 나를 보고 걱정하며 테이프를 챙겨줄 정도였다. 그립 안 사냐고 하는 질문에도 "아직 살 주제가 아닌 것 같아서요.ㅎㅎ"라고 답해왔다. 그런데 올해가 되고 나서 손바닥도 보호해 주고 접지력을 올려주는 그립과 크로스핏화를 구매했다. 어떻게 착용하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으니 코치님이 와서 도와주며 내가 산 그립은 탄마가루가 묻지 않은 철봉에 매달리는 게 좋다고 조언도 해주었다. 1년 넘게 신던 무기능성 단화는 버려버렸다. 오히려 크로스핏을 하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 너무 괜찮다.


5. 아침 확언 하기

거창하게 들리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진심으로 되고 싶은 목표를 거울 앞에서 소리 내서 말해본다. 늘 목표는 마음에 품고 있다고 믿고 '대충' 살아왔는데 직접 내뱉고 내 귀에 들리는 건 또 다른 영역임을 깨닫고 있다. 피디로서 첫 프로그램 론칭이 간절했을 때 매일 산에 오르며, "나는 할 수 있다.", "나에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이런 말들을 아무도 없는 산에서 소심하게 내뱉곤 했는데 그런 날들이 당시의 성공적인 입봉을 만들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살아왔다는 걸 올해 깨달았다. 


이 외에 남편과 새벽에 러닝도 해보기 시작했는데 목표를 '중간에 멈추기 않고 뛰기'로 잡고 꽤 여러번성공했다. 


지금 읽고 있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꾸역꾸역 무언가를 한다'라는 표현을 '~을 해낸다'로 바꾸는 것 만으로 많은 것들이 바뀐다고 한다.


나는 늦지 않게 아들 등교를 해냈고, 아들의 흔들리는 앞니를 실로 빼는 일을 해냈고, 금주에 크로스핏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것을 해냈고, 좋아하는 글을 쓰는 일을 해냈다. 앞으로도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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