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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Apr 09. 2024

남의 지식을 도둑질할 수 있는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_송희구 지

자기 계발-부동산 분야 대출 순위 중 높은 것 중 고르다 우연히 보게 된 책인데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모든 문장이 짧고 굉장히 쉬웠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을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지식 전달 면에서는 너무 얕을 수 있다. 완전 초보자들이 마음을 다 잡는 용으로 추천하는 책.




학업 성적면에서 내 인생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초, 중등 때까지는 공부를 매우 못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입학 후 목표가 명문대 진학으로 잡히면서 매일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했고, 반에서 꾸준히 1등을 하는 모범생이 되었다. 당연히 노트 필기나 학습적인 면에서 완벽했다. 공부만 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런 나에게 친구들은 필기한 노트나 교과서를 빌려달라고 종종 말했다.

"조느라 수업을 제대로 못 들었는데, 넌 시험에 나온다는 거 체크 열심히 했을 테니 빌려달라고." 실제로 그랬다. 수업 내내 엄청난 집중력과 고도의 눈치를 발휘해 시험에 무조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에는 'S'와 별 표시를 함께해 두었다.


그렇게 졸음을 쫓아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손가락에 빨간 굳을 살이 배길 정도로 한 필기인데, 

여고 시절 친구들은 너무 쉽게 말했다. "너는 어차피 공부 안 해도 다 알잖아. 그러니까 나 좀 빌려줘."라고. 


너무 약이 올랐다. 솔직히 빌려주기 싫었다. 공으로(?) 애써 모은 내 지식을 도둑질하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싫거든!"이라고 거절할 용기도 없어서 그 무거운 책들은 매일 이고 지고 다녔다. 나도 가져가서 공부해야 해서 하루 종일은 못 빌려준다는 유약한 핑계를 대려고.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3년을 보냈다. 


이 책을 보다 아래 문단을 보고 그 시절 감정이 떠올랐다. 

”돈 주고 보는 거야? “
”아니, 친구들 단체 카톡방에서 도는 것도 있고 아는 형이 주는 소스도 있고. “
”그게 고급이야? 공짜로 보는 게? “
”어. 그 회사 내부정보 빼내서 주는 거래. “     

이 동기는 열심히 회사 다니고 저축한 죄밖에 없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죄가 있다.
돈을 소중히 다루지 않은 죄. 게으른 죄.     
동기는 지금 투기를 하려고 한다. 나의 시간은 부족하고, 남의 시간은 많다. 
나의 노력은 힘들고, 남의 노력은 쉽다. 나는 힘들고, 남은 편하다. 노력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와서 그 당시 필기 된 노트와 교과서를 시원하게 내어줄걸 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한다.

내가 그걸 내어줬어도, 내 지식과 더불어 내 1등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으리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날로 먹듯 쉽게 얻은 지식을 그 친구들은 성실히 자기 것으로 시간을 투자해 만들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이제는 200%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명사가 비법들을 죄다 전수해 줄 때, '저런 비결들을 다 알려줘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이들은 0.1%도 되지 않는다. 


어릴 땐 몰랐다. 그저 내 영혼을 팔아 새겨 넣은 지식을 한 순간에 뺏길까 봐 불안하고 걱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지식과 내공이란 한 순간에 데이터 옮기듯 가져갈 수 있는 분야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말이다. 이걸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내가 더 너그러운 여고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까. 


푸푸 푹 푸우푹.
처음에는 공기만 나오다가 불그스레한 케첩이 쭉 빠져나온다.
공기만 나올 때는 시끄럽고 케첩이 나올 때는 조용하다. 
빈 수레는 요란하고 꽉 찬 수레는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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