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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May 17. 2024

남에게 향수를 뿌려주는 일

<부와 성공의 인사이트, 유대인 탈무드 명언>_인문학자 김태현 지음

'위대한 연구'라는 뜻의 탈무드.

오늘 출근길에 무거운 가방이 부담스러워 가벼운 책을 찾다가 집어 들고 탄 책이다. 


수십 년 지속해 온 버릇 중에, 요 몇 달간 고치려는 마음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회사 시큐리티 직원에게 먼저 인사하기. = 어색함을 이겨내고 먼저 인사하면 100이면 100 반갑게 받아주신다.


2. 뒷 마무리 잘하기. = 여기서 마무리는 내가 휴지통에 버린 휴지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내가 쓰고 나온 공공 화장실 세면대가 깨끗한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 깨끗하게 정돈하는 것이다. 설사 내가 더럽힌 것이 아니라도 내가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되뇐다. '나는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있어."라고.


3. 버스 대신 지하철 타기. = 학창 시절부터 버스를 너무 좋아했다. 지하철로 20분이면 갈 거리도 일부러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멍하니 앉아서 넘게 가곤 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버스 밖으로 매일 보는 풍경 중에 뭐가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가 게으르고 나태한 나만의 수십 년 된 취미이자 놀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을 핑핑 써도 되는 시절을 지나 결혼해 시간 효율을 따지는 남편도 만나고, 실제로 나도 바빠졌음에도 같은 고집스러운 집착을 꺾지 않았다. 퇴근 후 운동을 하고 1시간 반이 넘게 걸려서 굳이 버스를 타고 집에 가거나 하는 등의 일이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콤팩트하게 전철 급행으로 회사로 이동하고 그 시간에도 가요를 듣지 않고 강연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감성적으로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본능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소한 변화지만, 나에게는 게으른 쾌락을 무 자르듯 다 차단해야 하는 일들이다.


오늘 '버스'가 아닌 '전철'에서 '음악'대신 '책'을 읽었더니 아래와 같은 보석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향수를 뿌려 주는 것과 같다.
뿌릴 때 자신에게도 몇 방울은 튄다. 


이 문장이 요즘 고심했던 내 목표와 맞닿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향수를 뿌려주고 나에게도 조금 튀는 기쁨을 맛보는 일 말이다.


방송을 만들고, 책을 쓰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 모두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그 감정의 잔여물이 나에게 전염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종적인 나의 목표이자 지향점인 것이다. 


<주접이 풍년> 녹화를 할 때, 주로 엠씨와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엠씨석 코앞에 앉아있느라 객석을 등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녹화 때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객석 팬들의 표정이었다. 언제 웃고, 언제 환호하고, 언제 화내고 우는지 말이다.


그냥 표정일 뿐인데 그 '리액션'을 보는 게 가장 보람되고 즐거웠다.

요즘에 연출 중인 <살림남>은 객석의 팬들과 진행되는 녹화는 아니지만 내 눈앞에 엠씨들을 보는 보람으로 지내고 있다.


영상 속 본인의 모습을 보고 까르르 웃는 출연자들과, 상황에 몰입해 주인공보다 더 화내주고 더 웃어주는 엠씨들을 볼 때 에너지를 얻는다. 나도 아직 친해지지 못한 엠씨들의 의외의 따뜻한 모습을 볼 때는 영상이 끝난 후 잠시 쉬어갈 때까지 그 감정과 애정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 그렇다.


우당탕탕 정신없는 카메라 정비 시간에, 얼마 전 다친 서진의 손을 걱정하며 얼마나 나았는지 보자며 자리로 찾아가서 손 잡아주고 녹화 마칠 때마다 토닥여주는 은지원 엠씨와 마이크를 서진이가 더 노래 부르기 편한 걸로 바꿔주면 안 되냐고 먼저 건의해 주는 백지영 엠씨. 실제로 가수 선배이긴 하지만 정작 제작진도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함을 먼저 얘기해 주는 건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비록 카메라에 담긴 순간은 아니지만, 나와 제작진 모두의 눈에 담긴 순간이다. 

언젠간 이 진심이 안방까지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누구도 험담하지 않고 모두를 칭찬하며 방송일 하는 것이 달성하고픈 목표인데 최근에는 비교적 많이 달성된 같아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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