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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l 16. 2024

연예인이 싫어도 싫을 수 없는 이유

피디는 안 와도 되지만...

앞선 글에서 나는 현재 내가 연출을 맡고 있는 출연자들이 모두 좋다고 말한 적 있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더 감사하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묻는다.

"왜요? 예능 피디면 일도 재밌고 연예인도 보고 좋을 것 같은데~"


이 말은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장래희망을 이룬 사람으로서 행복할만한 1차적 기준을 이미 충족했다.

그렇지만, 사람을 웃기는 예능 피디라 단순히 재밌고 연예인이라서 좋은 건 절대 아니다.


나에게 연예인이란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때로는 어려운 직장 동료일 뿐이다.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그들이 나보다 수입이 많고 권위적이어서는 아니다.

방송 제작현장을 살펴보면 피디, 작가, 카메라, 조명, 현장 진행, 시큐리티까지 나열할 수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중 누구 한 명이 사정이 생겨서 못 온다면 어떨까?

녹화에 차질을 빚게 될까?


그렇지 않다. 숙련된 내공을 가진 제2의 동료가 와서 메워준다.


그러나 연예인(출연자)이 못 오게 된다면?

촬영 및 제 때 방송은 불가능하다.


더 거칠게 말하면, 내가 못 와도 촬영은 진행되지만 (실제로 코로나에 걸렸을 때 원격(?)으로 조연출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해서 합본을 한 적도 있다), 연예인이 부재할 경우에는 상황이 전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억울하고 내 속이 터져도 맞춰주며 달래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속상했던 어느날 이런 나를 두고 살림남의 엠씨인 백지영 언니가,


아주 그냥 피디도 극한직업이야~


하며 폭풍공감하며 토닥여준 적이 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솔직히 하소연하면 경청해 줄 출연자가 있으니 난 정말 복 받은 예능피디다.

새삼 더 고마운 백지영 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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