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트렌드 모니터> 대중을 읽고 기획하는 힘
기본적으로 책과 글을 애정하는 입장에서 이 세상에 쓸모없는 책은 없다고 믿는 편이다.
그리고 좋은 책이라도 확신하는 기준도 높지 않다.
그 기준은 하나, '이 책에 남길만한 한 줄이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사실 서사가 부족한 통계기반의 책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초마다 올해 트렌드에 대해 기술하는 책들이 나오면 일단 목차를 살펴보고 되도록 보려고 하는 편이긴 하지만,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업계 사람으로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집어드는 편이다.
이 책 또한 그랬다.
큰 기대나 호기심 없이 집어 들었고, 끝까지 읽어낸 결과 이 책은 나에게 좋은 책이었다.
남길만한 한 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무엇이 결핍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2024년 현재 가장 부족한 것이 '피드백'이라고 정의한다.
정확히는 말 형태의 피드백이 아니라 행동으로 피드백해줄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이노의 가르침>과 같은 책이 장기적으로 베스트셀러에 머무르게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세이노'라는 표현자체가 그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표현한 말로, 위인이 삶의 철학을 가르쳐주기보다 "누군가 나를 괴롭히면 나도 실컷 때리고 경찰에 신고하라."는 식의 교훈으로 삼기에는 다소 거칠고 실용적인 조언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이것에 열광하는 것 자체가 이런 쉽고 간편한 조언 조차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분석을 신뢰하지만, 실제로 내가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본 것은 아니기에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고 대여했다. 일단 집어든 순간 놀랄 정도로 엄청난 두께의 책인데 7천 원 대의 책 가격이 더 놀라웠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더욱 어필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이렇게 본전(?)도 안 나올 것 같은 가격으로 출시했을 정도면 저자가 나에게 전하고픈 강한 메시지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하는 해석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만 그런가?)
이 책에서는 또한 나의 말이나 행동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어른)이 없어지면서, 타인의 의견보다는 나의 생각, 가치관, 취향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공감하는 바이다.
이렇게 수많은 통계에서 깨달음은 얻지 못했어도,
책은 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에 포기할 수 없는 값진 물건이자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