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은지 피디 Sep 15. 2022

엄마, 비누는 어떻게 만져야 해요?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_양재진, 양재웅 지음


엄마, 비누는 어떻게 만져야 해요?


"얼른 손 씻어."라는 말에 세면대 앞에 멀뚱멀뚱 선 채 아이가 며칠 전 나한테 했던 질문이다.


"응?? 뭐라고??" 비누를 어떻게 만지냐니.

진짜 어떻게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하는지를 떠나서 '비누를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순진무구한 표정이어서 더 충격이었다.


미끌미끌한 비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작은 아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난 지 몇 년 안 된 불완전한 존재구나하는 직관적인 깨달음에 가슴이 선득했다. 이제 어느 정도 일상적 의사소통은 되니까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는 완성된 존재라고 착각을 했었나 보다.


그냥 이런 아이를 천진난만하고 귀엽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은 공포스러웠다. 맑지만은 않은 세상과 부조리한 사람이 어디든 있을 수 있다는 걸 언제,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또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깨우쳐 나가기를 바라기엔 그런 시련을 울면서 겪어나갈 아이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나 같은 (팔불출)부모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아래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해본다.




여러 명의 형제자매와 어울려 컸던 과거 아이들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의 지원과 관심을 고스란히 혼자 받는 경우가 많죠. “너는 대단한 아이야” 혹은 “너는 꼭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식으로요. 그 결과 본인이 구체적인 경험을 하고, 성취하기 전에 스스로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게 됩니다. 즉 자의식 과잉 상태, 혹은 ‘거짓 자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사람들의 경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굉장히 어려워하고 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보다 부족한 나를 마주하면 그 순간을 못 견디기 때문에, 도전 자체를 회피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계속해서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죠. 마치 한 번도 싸워보지 않아서, 한 번도 지지 않는 상태라 할까요.


부모의 과도한 칭찬으로 인해 '부족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싸워본 적조차 없어서 한 번도 져 본 경험도 없는 상태. 나는 감정 표현이 부족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칭찬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에 칭찬은 소소한 것들도 대체로 다 기억이 난다.


-( 뚜껑을 따서 붓다가 뭔가 그 모양이 사람의 이목구비 같아서 음료가 토하는  같다고 했을 , 아빠가 했던 )

"우리 은지는 창의력이 좋구나."


-(대충 음식을 했는데 맛있었을 때, 엄마가 했던 말)

"얘가 막상 하면 솜씨가 있다니까."


ㅋㅋ지금 당장 생각나는   정도가 전부다.


내가 지금 아이에게 가장 바라는  부당한 일을 겪었을  주저 없이 나한테 '일러주는 ' 하나뿐이다. 마마보이 같을 수도 옹졸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뭐든  일러주면 좋겠다. 설사 내가 해결을 해주지 못하더라도, 나한테 씩씩대며 이르는  만으로 짐이 덜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자연스럽게 "엄마한테  일러야지."라는 마음을 먹는 아이로 키우려면 엄마인 나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정말' 여행을 좋아합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