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보통 경조사를 겪어보면 주변 인간관계가 정리된다고들 한다.
심지어 결혼식이 끝나면 만나는 사람들 머리 위에 축의금 액수가 둥둥 떠다닐 거라는 얘기도 들었다.
사실 모든 일을 겪기 전 사회 초년생일 때 저 말을 듣고는
'에이, 너무 속물적인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이 만큼 사람은 직접 겪기 전까진 끝내 모르고 의심만 한다.
이 말은 꽤 많이 사실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열일 제쳐두고 가장 먼저 달려왔던 동기 언니의 얼굴은 유독 생생하고, 모든 일이 있을 때 언니가 잘 되길 바라게 된다.
반면, 경조사 때 직접 오기는 커녕 애매한 금액의 4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넣었던 사람도 여전히 언짢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에겐 인생에 한 번 있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가 꽤 중요하다고 말했던 혹은 말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
경조사가 본인에겐 한 번이지만, 타인에게는 수 없이 반복되는 일일 뿐이다.
출간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내 인생 전부를 걸고 써 내려간 책이지만, 남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일이다. 경조사처럼 말이다.
나에 대해 늘 관심을 보였고, 가까워지고 싶다고 수 없이 말했던 사람들을 출간 이후에 지나가다 만나면 나에게 묻는다.
-책은 언제 나와?
-아... 나왔어요.
-아 그래?;; 나도 시간 나면 봐야 하는데. 잘 팔리고 있지??
-아 네 뭐 그냥...
이렇게 어색하게 대화는 끝난다.
그들을 탓할 순 없다.
인생을 걸고 만들었다고 (야 너 나랑 친하다며?!!)라고 확성기를 들고 다니면서 알릴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글을 쓰는 일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일처럼 책을 소중하게 생각해 준 살림남 엠씨들이 고마울 뿐이다.
특히 부탁도 하기 전에 새벽녘 가장 먼저 '도서 추천합니다!'라는 글을 올려준 서진이.
정말 감사하고 큰 힘이 됐다.
1차적으로 신인 작가의 책 출간에 대체로 관심도 없지만,
피드를 더럽힌다(?)는 이유로 스토리에 겨우 올려주는 연예인들도 정말 많다.
그마저도 안 해주려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말이다.
이 모든 걸 노여워하고 서운해하기보다는, 최애를 알리지 못하는 '팬심'처럼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날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스트레이 키즈 팬 스테이의 트위터가 유독 지쳤던 마음을 달래줬다.
본인이 쓴 글인 줄 알았다는 말이 너무 감동.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