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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TV 출연을 하루 앞두고

말하면 이루어집니다.

by 편은지 피디

어린 시절 <김미경 쇼>라는 프로그램을 케이블 채널에서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상파가 대세라 묘하게 세련됐지만 주류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선진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본인 이름을 걸고 쇼를 진행하는 ‘강사’라고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강의 주제가 고부갈등이라 어린 나에게 관심 없는 얘기였지만 일단 진행자인 김미경 선생님이 웃기니 계속 보게 됐다.

유머의 힘에 대해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그 후로 선생님 책을 보기도 했다. 책도 시원시원하고 재미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하는’ 직업을 갖고 계시니 참 좋겠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티비를 좋아했던 나는 예능 피디가 되어 나는 팬과 스타를 만나게 해주는 <주접이 풍년>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주로 주인공으로 가수들이 나왔다. 거대 팬덤이 주로 가수 쪽에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초반에 가수가 아닌 김미경 강사 편을 파격적으로 넣었다.

팬덤이 큰 건 어린 시절 부터 워낙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집 피디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니, 강사가 무슨 팬이 있어요? 피디님, 무슨 생각을 하고 기획하시는 거예요?
편집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안 그래도 첫 입봉작이라 바람소리에도 흠칫 놀랄 정도로 나약할 때였는데,

쌍심지를 켜고 대디는 스태프들을 보니 수치심에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그래도 겉으로라도 지면 안되니까, 괜찮은 척 대답했다.


팬이 왜 없어요. 강사도 팬 있어요. 아이돌 못지않을 수 있어요.
<주접이 풍년> 김미경 편

그렇게 김미경 강사의 팬덤인 ‘짹짹이’들과 울고 웃으며 녹화를 마쳤고,

나는 2년 여 뒤

또다시 팬덤을 다룬 <덕후가 브랜드에게>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


기꺼이 김미경 강사님이 추천사를 써주셨고, 내일 선생님 유튜브에 책을 소개하는 코너를 촬영하러 가게 되었다.


사람들 앞에서 감정과 생각을 그것도 유머를 기반으로 한 전달력을 갖추고 설파하는 모습이 내 마음 한 켠의 이상향과도 같았는데,

가까이서 웃으며 책을 매개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재밌고 즐거울 것 같다.

책 덕분이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674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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