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강사님과 함께한 MKTV 촬영 후기
책을 내게 되고 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다.
나는 주로 카메라 뒤에 있었고, 객석을 모아만 봤지 내가 그들 앞에 설 일이 없었기에 낯선 일들이다.
그중 특히 내가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했던, 김미경 강사님과의 촬영은 나에게도 책을 내는 것만큼 큰일이었다.
딱딱한 책 얘기가 아닌 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일부러 질문지도 보지 않고 갔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는 강사님 눈을 보고 대화를 하다 보니 긴장은 사라지고 반가운 '언니' 혹은 '인생 선배'를 만난 것처럼 내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려 180만 가까이 되는 구독자를 갖고 있는 김미경 강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달변가인 강사님에게 무슨 주제넘은 망언인가 싶겠지만,
선생님은 말을 잘하기보다 놀라운 정도로 '말을 잘 듣는 사람'이었다.
말씀을 하시다가도 내가 무언가 얘기를 하려고 하면, 어린 시절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조용히 시킬 때 했던 "합죽이가 됩시다 합!!"의 그 "합!"의 입모양을 한 것처럼 입을 정말 꾹 닫고 온전히 내가 입을 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시고 들어주셨다.
사실 말 하는 것보다 듣는 게 정말 힘든 일이다.
오죽하면 경청을 원하면 돈 내고 하라는 글을 나 또한 썼을 정도다.
경청을 원한다면 돈 내고 말합시다 (brunch.co.kr)
사실 내가 강사님에 비해 엄청난 통찰을 지녔거나 유명인도 아니고,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강사님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이제 책 한 권 겨우 낸 신인 작가일 뿐인데도, 내 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정말 네 얘기에 귀 기울일 거야.'라는 무언의 시그널을 보내주시며,
심지어 부족한 내 말들에 공감하며 볼펜으로 적기도 하시고 "그러게 이 책 꼭 봐야겠네!"라는 말씀도 해주셔서 긴장으로 얼었던 내 마음을 움직여주셨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건, 녹화를 마치고 선생님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김미경 강사님이 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는 현장 작가님의 말이었다.
바쁘신 와중에 완독을 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가장 영광스럽고 보람 있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후가 브랜드에게 | 편은지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