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표출하려는 책 덕후 본능
책에 내 이름 석자와 글이 실리는 것도 출간으로 친다면, 나의 첫 출간은 8세 때였다.
저서명은 <햄스터 러브러브 일기>였다.
독자 감상문의 맨 윗 칸을 차지하고 있는 내 글.
이제와 보니 8세가 썼다기에는 너무 어른을 흉내 내는 듯한 가식적인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공감 가는 내용‘두’ 많더라 ‘구’ 요, 새롭게 알게 된 사실‘두’ 많았어요.”
깨알오타들도 마음에 걸린다.ㅋㅋ
어린 시절 나는 동물 덕후이자 책 덕후였다.
맞벌이하는 부모님 덕에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애완동물 책을 찾아보고 관련 책을 들여다보곤 했다.
<햄스터 러브러브 일기>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 주는 어린 나에게 소중하고 반가운 책이었다.
그래서 책을 보다가 직접 엽서를 사서 독자 감상문을 적어 우체통에 넣어 보낸 것이 책에 실린 것이다.
아, 물론 <햄스터 러브러브 일기> 2권도 가장 먼저 받아보는 특전도 얻었다.
아직 저 출판사가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사람들이 내 글을 볼 수 있게 해 준 첫 번째 기회를 준 것이기도 하다.
소심한 성격에 주변에 자랑은 못하고 엄마한테만 슥 보여줬던 것 같다. 표현 없던 엄마도 “어? 진짜네?”하고 신기해했던가.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마 바쁘게 설거지하던 엄마 옆에 가서 책을 들고 요란을 떠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을 것만 같다. 아마 맞을 것이다.
결국 꾸준함과 누적이 뭔가를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덕질이 그것들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특히 책에 대한 꾸준한 집착(?)으로 만들어낸 지금,
혼자 쓸 때도 행복했지만,
누군가 노골적으로 내 글을 원한다고 말해주는 현재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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