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티비를 좋아하고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이었다.
그러다 보니 늘 선물을 '줄' 궁리를 많이 했다.
당연히 어린 시절에는 돈이 없다 보니, 거창한 선물보다는 직접 쓴 편지나 직접 만든 장미, 별 아니면 과자 같은 걸 예쁘게 포장할 방법을 늘 고민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자리만 차지 하는 쓸모없는 선물들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만큼의 경험도 없었고, 설레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 이것이 실질적으로 쓸모가 있는지 가치가 있는지까지 바라볼 만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이 썼던 아이템 중 하나가 아래의 반짝이 풀이다.
밋밋한 편지를 예쁘게 꾸며줄, 잘 마르지도 않던 반짝이 풀과 펜들.
이것들로 거의 매일 팬레터도 써서 기획사로 보내고 라디오 방송국에도 보내고, 세종문화회관에서 했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라는 젝키의 뮤지컬도 무슨 시리얼 상자에서 보고 사연 응모한 게 당첨되어 보러 갔었다.
생각해 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일 스스로 몇 시간씩 앉아서 손에 힘줘서 글을 쓰고 꾸미고 했던 시간이었다. “공부는 안 하고 쓸데없는 짓 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한 것 같다.
근데 지금 생각해도 그 해 겨울의 설렘이 여전히 기억나는 걸 보면 꽉차게 행복했던 것 같다.
누구를 해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어설프지만 순수하게 좋아하고 응원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물할 방법만 구상해 왔던 내가 어제 북토크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다.
대단치 않은 내 얘기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적으며 들어주신 눈빛들이 가장 큰 선물이었지만,
내가 가장 순수했던 시절 그랬듯
직접 오리고 그려서 준비해 오신 선물들.
심지어 세월이 흘러 투박한 손으로 한 땀 한 땀 준비하셨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찡했다.
이 모든 게 전부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마냥 신나고 행복하지많은 않다.
언젠가 실망을 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든다.
선물을 '받는' 입장은 그저 예쁜 미소만 보이면 되는,
복에 겨운 입장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걸 겪고 나서야 알게 된다.
이렇게 직접 그 씬에 들어가지 않으면 모를 일들이 참 많다.
매 순간 기민하게 살아야 할 이유기도 하다.
덕후가 브랜드에게 | 편은지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