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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16. 2022

"선배랑 같이 일하고 싶어요."

퍽퍽한 회사에서 마른걸레 짜듯 짜내 본 보람과 기쁨

"선배랑 같은 팀에서 일하고 싶어요."


최근에 후배에게서 들은 말이다. 심지어 내가 너무 좋아하는 후배에게서.

자랑 글이냐고? 맞다. 자랑이다.


하지만 들뜬 나와는 달리 남편은 너무 좋아할 거 없다고 한다. 회사 후배가 함께하고 싶은 선배라는 것은 곧 "네가 몹시 만만한 선배"라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권위(파워) 있는 어려운 선배와 너라면 같이 일하고 싶겠냐는 말이다. 곧, '편은지 선배는 마음대로 해도 될 만큼 만만하고 편한 존재'라는 뜻일 수도 있으니 그렇게까지 설렐 것 없다는 말로 이해됐다. 업무 상 내 밑에 있으면 편하다는 뜻이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말.


근데 뭐 좀 만만하면 안 되나? 만만해도 얼굴도 보기 싫은 선배도 있는데, 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것 만으로 기뻐해도 될 일 아닌가. 근데 남편이 이렇게 말한 데에는 내가 그동안 회사에서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끼면 마음을 있는 대로 다 퍼주고 나중에 몇 배로 씁쓸해하는 경우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에 대한 정으로 계산 없이 대했더라도 상대방은 나에게서 얻고 싶은 목적이 대부분은 정확, 명료했는데 거기에서 쓴맛을 느끼는 건 항상 나였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제1의 방법은 혁혁한 성과를 내고 승진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회사원들은 공감하겠지만 남에겐 그게 흔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흔하지 않다. 그렇다면 업무 성과 외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회사에서 업무를 제하면 남는 건 '사람'이다. 나를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나에게 주는 성취감과 자존감. 설사 그게 가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일시적일지라도 그런 것에 마저 기대지 않으면 회사생활이 너무 삭막해져 버린다.


그래서 마른걸레 짜듯이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찾아야 하고, 한 명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귀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사, 후에 나를 실망시키는 일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어쨌든, 와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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