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일에 대하여
첫 책인 <덕후가 브랜드에게>가 내일이면 출간 딱 한 달이 된다.
무사히 3쇄까지 찍었고, 걱정보다는 무탈히 성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자주 받게 되는 질문 중에 하나가,
"매일 글을 쓰던데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혹은 "누구를 위해(무엇을 위해) 글을 쓰고 싶으세요?"라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인생 첫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목적은 명확했다.
세상의 '약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스마트 기기를 손쉽게 다루는 사람들보다는 말 그대로 '안방극장' 혹은 '티브이'가 익숙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제작발표회에서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방송에서 책으로 분야가 달라졌지만 어쨌든 쓰고 기획하는 주체는 나이기에 그건 변함이 없는 것 같다.
1%의 강자보다는 늘 뭔가 시작부터 손해 보고 시작하는 듯한 약자 혹은 주눅 들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위인이 되고 싶다거나 인류애가 투철한 인물이어서가 전혀 아니다.
나 또한 약자였던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 없이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어른들의 표현으로 '똑 부러지지 못한' 아이였다. 대신 그 시간에 이것 저것 많이 읽으며 공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팬 활동은 그 수줍은 시간을 거쳐 내가 능동적으로 움직인 내 인생에서 가장 적극적인 활동이었기에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에 미친다는 것은, 원래 고정된 절대불변의 내 기질인 줄만 알았던 내성적임, 낯가림 등을 모두 리셋시켜주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는 기질도 나에게 있구나.' 하고 깨닫는 사건이었다.
성격도 자연스럽게 변했다.
내가 그렇게 변했듯 '아 난 진짜 왜 이러지...'하고 오늘도 한탄하고 있는 이들 모두가 바뀔 수 있다.
북토크에서 사인회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때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질문을 한 독자가 계셨다.
"팬 활동에 치우친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 분배하시나요?"
좋아하는 이를 위해 온갖 열정을 다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그 에너지의 방향만 살짝 틀어도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책에 강조했기 때문이다.
팬을 향한 찬양이나 너스레가 아니다, 내가 그 산경험자이고 진심이다.
엄청난 포텐셜과 에너지를 가진 집단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위해 매일 읽고 쓸 것이다.
덕후가 브랜드에게 | 편은지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