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브랜드에게> 북토크를 하며 느낀 점
<덕후가 브랜드에게>라는 책을 내며, 북토크로 독자들을 만날 기회가 꽤 생기고 있다.
그때 질문들을 받곤 하는데,
그 질문들을 들으면 메인피디라는 자리가 꽤 전지전능(?)하게 대중들에게 여겨지는 듯하다.
간혹 "살림남은 언제까지 하실 생각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을 들었을 때 그렇다.
나는 메인 피디이기 이전에 KBS 예능센터의 직원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내가 살림남이라는 프로그램을 영원히 붙잡고 있고 싶다고 해도 절대 그럴 수가 없다.
당장 내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라면 가야 하는 그런 슬픈 운명인 것이다.
이렇게 내가 직접 겪고 있는 내 자리에 대한 인식과 밖에서 보는 그것이 꽤 다른 것 같아서 생각할 것들이 많았다.
나도 한 때는 메인 피디만 되면 뭐든 다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어서 빨리 이 지겨운 조연출을 박차고 메인 피디가 되고 싶다고 꿈꿨던 순간이 있다.
그리고 메인 피디가 되고 나서 느낀 점은,
메인을 맡게 된다는 것은 어려운 얘기를 나 밖에 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출연자의 하차와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 혹은 스태프들에 대한 지적 사항, 문제점을 총대매고 얘기해야만 하는 그런 것들이다.
나는 그런 것들이 참 어려웠다. 아니 지금도 어렵다.
나조차 지적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입장에서, 절친하지도 않은 일로 만난 사이인 3자에게 문제점을 얘기하고 냉정하게 시정을 요구하는 일들은 반복해도 해도 어려운 일들이다.
상대의 원망하는 눈빛을 굳이 보지 않아도 공기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말보다는 글이 조금 더 자유롭고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덕후가 브랜드에게 | 편은지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