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팬이다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똑같은 장면을 최소 다섯 번 이상은 봐야 한다.
피디들이 가편으로 가져오는 시사본->수정본->녹화 때 MC들이랑 한 번 더 보고->그걸 합본하면서 또 보고->방송 전 날 종편하면서 또 보면 최소 5번이고 수정이 많을 경우 더 많이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같은 장면을 계속 보며 오점을 찾고 또 찾는 것이 예능피디의 직업상 숙명이다.
심지어 조연출로 편집 업무가 더 많을 때는 더 심했으니 지금은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방송되는 살림남은 내가 또 봐도 흐뭇할 만큼 최애 회차 중 하나로 꼽힌다.
뻔하지만, 눈물과 재미가 다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팬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출연자의 어머니가 서진의 팬이 된 내용이 방송되는데, 마치 <주접이 풍년> 때 VCR을 보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지금 메인작가님과 세컨작가님이 그때도 함께하셨던 분이라, "피디님, 이거 주접이 풍년 아니죠?" 하시는데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스타를 좋아하는 순수한 팬의 모습은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팬의 팬이다.
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팬에 관한 책을 쓰고 다음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오늘 밤 살림남도 많이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덕후가 브랜드에게 | 편은지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