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청년에게 절대 없는 한 가지

해피콜 양면팬 기억하시나요?

by 편은지 피디
가난한 청년에게 없는 게 여러 가지 있는데, 특히 기다릴 여유가 절대적으로 없다.


한 때 홈쇼핑 시장에서 '양면팬 신화'를 일으킨 해피콜 창업자 이현삼 씨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돈은 차치하고 기다릴 여유조차 없다는 말이 가슴 아프게 와닿는다. 실제로 본인이 청년시절 장돌뱅이라도 하려고 막무가내로 들이대며 수없이 거절당했던 과거담에서 나온 얘기다. 가난한 청년은 없는 것이 수도 없이 많지만 특히 기다릴 '여유' 따윈 없다고. 그래서 수없이 거절당해도 기다리지 못하고 다음 날 또 찾아가고, 또 찾아가며 그렇게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거 못해. 수줍어서 절대 못해.


실제로 나도 식당에서 추가 반찬 시키는 것조차 망설이는 소심한 사람이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들이대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며, 그렇게 하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꽤 오래 생각해왔다. 나는 절대 못한다고. 수줍고 낯도 가리고 거절을 끔찍해하기 때문에 아예 입을 닫는 거라고. 맞다. 거절당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사실 '나라는 사람'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 '나와 관련된 '을 거절하는 건데도, 그 둘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기 까지도 꽤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그 차이를 모른 채 거절당한다면 특히나 아픈 일이다.


그런데 눈이 돌 때가 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목표의식이 생길 때가 있다. 저 사람을 만나서 내 얘기를 꼭 전해야겠다는 결심의 스파크가 튀는 순간. 그럴 때는 반찬 하나 못 시키는 나는 없다. 메인 피디가 되기 전 기획 단계 때 강금실 전 장관을 만나서 듣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근데 전 장관을 내가 알리가 없다. 어렵사리 연락처를 수배해서 다짜고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예상대로 '예능 피디를 만날 일도 없고 관심도 전혀 없다'는 답변이 왔다. 당황했지만 나를 꼭 만나야 함을 어필했고, 결국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 만남은 내 기획을 확장할 수 있는 귀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이런 순간이 많진 않지만, 포식자에게 쫓기는 초식 동물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당장 해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보통 인생을 봤을 때 그럴 때 비약적인 발전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대학 진학 때나 피디가 됐을 때, 내 프로그램을 하게 됐을 때 그렇게 인생의 동요가 생겼던 것 같다. 근데 그렇게 심장이 뛰며 설렐 때 부담감을 비롯한 공포감이 반드시 같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내 판단이 맞을까?' or '망신만 당하는 거 아닐까?' or '나댄다고 비웃진 않을까?' = 그냥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지 않으려나


이러한 파도를 넘지 못하면,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 후에야 의미 없는 술자리에서 '나도 그때 해보려고 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로 시작하는 듣는 이를 지루하게 만드는 상투적인 변명을 하는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이 된다는 건 굉장히 별로인 일이지만, 무언가를 추진하려 할 때 오는 공포는 꽤 큰 것이고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과 같은 거라서 그걸 뛰어넘는 건 사실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꼭 한 번 넘어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해피콜의 창업자가 가난에 허덕이며 붕어빵으로 끼니를 때우다 붕어빵 틀에서 양면팬의 힌트를 얻었듯이, 한 번 뛰어넘어보면 지루할 만큼 평온한 호수 같은 내 인생에 돌 하나를 던지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아, 사실 지금의 나에게 스스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돌을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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