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동안' 지갑을 잃어버렸다.

by 편은지 피디

이상할 만큼 모든 게 계획대로 착착 되는 날이었다.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져, 신문 읽고 아침을 먹고

7시 반에 남편과 아이를 깨우고

8시에 남편 아침을 간단히 차려주고

8시 20분에 유치원 버스에 아이를 태워주고

9시쯤 회사로 가는 버스에 탔다.

회사에 도착하면 바로 도서관에 가서 주말 동안 읽을 책을 빌릴 생각이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입증을 찍으려 하는 찰나, 내 빨간색 카드지갑이 가방에 없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뒤져도 없었다. 당황하긴 했지만 "사무실 내 자리에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크게 절망하지 않고 커피까지 사서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책상에도 내 지갑은 없었다. 절망감이 조금씩 밀려왔다. 남편에게 혹시 집에 있는지 찾아봐달라고 했다.

"찾아보니 없지만 어딘가에 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절망도 아닌 답변이 왔다. 마음이 급해졌다.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해서 서랍 아래까지 샅샅이 봐도 없었다.


영영 못 찾을 수 있다는 가정하게 지갑 안에 뭐가 있는지 떠올려 봤다.

법인카드 및 개인카드, 신분증, 사원증, 구내식당 식권, 영수증들이 있었다. 뭐 생각해보니 다 필요한 경우 재발급 가능한 것들이었고 딱히 누가 주워도 욕심날 게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식으로 합리화하던 중 의구심이 들었다. 난 평소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떨어뜨린걸 누군가 주워갔을까? 이 사무실에 들어오는 외부인은 청소하시는 분들 외에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 설마 그분들이 설마 식권 몇 장이 욕심이 나서 주워갔을까?라는 생각까지 하다가, 미쳤나 봐. 하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내가 잃어버려놓고 잘못을 전가할만한 대상을 찾는 내가 한심했다.


문득, 어제 뭘 입었었지 하고 생각해봤다.


맞다, 청자켓!



이미 나의 지갑 분실로 인해 오전 시간을 망친 남편에게 청자켓 주머니를 한 번 봐달라고 했다.

지갑은 얌전히 거기 있었다.


단 몇 초라도 가상의 용의자를 만들어 상상하며 의심했던 게 부끄러웠다. '내 물건'이 없어졌는데 왜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고 했을까. 뭔가 일이 잘못됐을 때, 겸허한 자책보다 타인이나 외부 상황으로 책임을 돌리는 게 가장 간편하게 불편한 감정에서 탈피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아 비겁하다 비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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