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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에 빠질 땐 글을 쓴다.

by 편은지 피디

일이 없는 비 오는 주말.

아침에 뛰기도 산에 가기도 애매하다는 핑계로 멍하니 휴대폰만 뒤적이다 참지 못하고 카페로 나왔다.


집에서 나오며 문득 집돌이, 집순이를 자처하는 연예인들은 3개월을 집에만 있어도

질릴 틈 없이 재밌게 지낸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게임을 좋아하는 연예인, 그냥 집을 좋아하는 사람들.

거기다 배달까지 잘되어 있으니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하루 반나절만 집에 혼자 있어도 뭔가 조바심이 든다.

하루가 좀 먹는 느낌과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본능에만 이끌려 먹고 자는 삶은 영 기분을 다운시켜 버린다.


일어나서 뭔가 하려고 해도 에너지가 없을 때는 더 미칠 것만 같고,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일기도 한다.


비슷한 혐오가 들 때가 글을 쓸 수 있는데 쓰지 않고 시간을 허투루 보낼 때도 그렇다.

감사하게도 글을 봐주고 써달라는 이들이 있는데도, 뜻밖의 나의 게으름을 마주하면 그렇게 실망스러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좋았던 건, 나의 시간들이 휘발되지 않고 무언가를 남기고 적는 일에 쓰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글 쓰는 자체를 사랑한다기보다, 무언가 생산한다는 그 성취감이 좋았었나 보다.


그런 마음으로 두 번째 책을 다져서 써보려고 한다.

자기혐오에서 나를 건져내 주는 글쓰기가 있음에 안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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