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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

27쇄를 찍은 에세이 탐독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_태수

by 편은지 피디

첫 책 <덕후가 브랜드에게>를 출간한 지 1년이 되어간다.


감사하게도 두 번째 책을 계약하고 쓰고 있다.

후다닥 콩 볶듯이 쓸 수도 있지만 더 신중해지고 싶어서 시간을 나름 끌어보고 있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가장 먼저 달라진 점은,

예전에 책을 읽을 때는 책 뒷 편의 추천사와 작가 이력을 먼저 봤다면


출간 이후에는 맨 앞장이나 뒷 속지에 출판사 정보와 "몇 쇄를 찍었는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1쇄, 150쇄 이렇게 쓰여있어도 큰 감흥이 없었는데 직접 출간을 해보니 N쇄 라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 싶다.


김승호 회장의 책 중에 300쇄 특별 에디션이 나왔을 때도 정말 경의롭더라는...


사실 얼마 전에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300부 판매에 본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화들짝 놀랐다는 얘기를 해서 또 다른 화제가 되었다.


정민 배우는 출판업계가 어려운 건 알고 있었지만 전국에서 고작 300부 팔린 게 베스트셀러의 요건이라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첫 책을 내면서 출판사 대표님께 대체 몇 권이나 팔아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거냐고 선망의 눈빛으로 물은 적이 있다. 그때도 대표님은 "음 한 3,400부요?"라고 해서 나도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최소한 나에게는 책이 콘텐츠 중 최양질의 콘텐츠이고 세상을 바꿀만한 잠재력을 가진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3,4백부 판매로는 많은 이에게 내 생각을 전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허탈한 마음에 그 정도면 지인과 친인척을 동원해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거 아닌지 반농담으로 물으니 오히려 대표님은 실제로 그렇게 하는 저자들도 있다고 해서 더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순간 귀가 쫑긋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게 해서 나에게 남는 게 뭐가 있겠나 생각해서 접었다.

유튜브 역시 망하는(?) 지름길이 채널 개설 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구독을 해달라고 돌리는 것이라고 한다.


지인은 의리로 구독은 해줄 순 있지만, 꾸준히 콘텐츠를 소비해주지 않아 오히려 전체적인 채널의 질은 수직하향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도 유튜브 개설을 주변 지인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어쨌든 몇 쇄를 찍었느냐가 초미의 관심이 된 지금,

우연히 시간 에세이를 빌렸는데 무려 27쇄를 찍은 책이 있었다.


심지어 2020년에 읽고 리뷰까지 썼던 태수 작가님의 책이었다.

<매일 잦게 행복해지는 비법책_소확행>1cm .. : 네이버블로그


그 당시 읽은 책은 <1cm 다이빙>이었고, 이번에 27쇄를 찍은 베스트셀러는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라는 책이었다.


그때도 본인의 상처를 타인의 감정의 온도를 캐치하는 민감함으로 자가 발전 시킨 분일 거라고 내 맘대로 짐작했었는데 이번 책은 좀 더 솔직하게 쓰여 있어서 더 잘 읽혔다.


두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지금,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며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다. 특히 노골적으로 이게 필요해요!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해소되지 않은 기분은 성격이 된다. 작은 자증으로 시작된 기분은 일상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속속들이 해쳐 모여 결국 더러운 성격으로 완성된다. 어떤 성격으로 살고 싶은지는 빼곡히 적응 새해 다짐이 아니라 일상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달려 있었다.


*사람은 나이를 하나 먹을 때마다 타고난 표정 하나씩을 잃는다고 한다. 웃음, 행복, 만족, 기쁨, 신기하게도 맑은 표정부터 잃게 되는 우리는 짜증으로 일관되다 결국 무표정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생각해 보면 관계는 꼭 발효식품 같았다. 모든 발효식품이 으레 그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대체로 풍미 좋게 익어갔지만, 한번 썩어버리면 어떤 음식보다도 더 고약한 악취가 났다. 추억이라는 방부제를 아무리 쳐봐도 이미 썩은 관계 위에 핀 곰팡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붙잡을수록 더 괴로워지기만 했다.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었는데. 그땐 그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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