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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드라마를 함께하는 일

살림남과 출연자들 은지원, 백지영, 박서진

by 편은지 피디

매주 토요일에 방송되는 예능인 살림남을 제작 중이다.

월요일부터 방송 직전까지 하루도 쉼 없이 처리할 업무가 우후죽순 생겨난다.


사실 혼자보는 업무나 최종 단계에서의 편집은 오히려 수월한 편이다.

나름 10여 년의 연차도 있으니 구상만 있으면 내 손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가장 버겁고 힘들고,

이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포인트는 인간관계 혹은 감정에 대한 케어 부분이다.

실제로 피디들은 이 부분에서 계속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적극적으로 맡을지 말지 그 여부가 갈린다.


결코 좋은 날만 있을 수 없고,

만남이 있으면 또 헤어짐이 필연적으로 있기에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오해와 상처들을 최소화하거나

이미 상처가 생겼다면 아물도록 다시 들여다보는 게 나에게 중요한 일이다.


현재 출연진들이 서로 아끼고 다정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서로에게 좋은 말을 전하는 것도 나의 일이자, 다행스럽게도 나의 보람이다.


지원오빠에게는 "서진이 오빠 개그코드를 가장 좋아한다."라고 말하고,

지영언니에게는 "언니가 진짜 편한지 보자마자 서진이가 누나라고 했다. 샘난다."라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있는 일들이지만 말이다.


"뭘 그런 얘기를 해~"라고 수줍어하며 손사래를 치지만 눈에 이미 하트가 가득하다.

원래 서진이 없을 때도 늘 서진에게 잘해주라고 하는 엠씨들이다. 더 잘해주라고 늘.


사실 보통 없는데서는 험담을 하기 마련인데,

우리 출연진들 끼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그런 게 없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대화거리 하나만 주면 그 셋의 케미가 터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거만한) 상상을 해본다.


은지원

백지영

박서진


세 사람다 다른 이유로 내가 좋아하고 애정하는 인물들이어서 한 명 한 명 섭외한 거지만

사실 이렇게 셋 모두 서로 좋아할 줄은 전혀 몰랐다.


오빠는 서진이가 본인이랑 성향도 참 비슷하고 좋다고 서진이만 한다면 뭐든 찍으러 가겠다고 하고,

언니도 삼천포 촬영이 너무 즐거웠다고 언제 또 갈 수 있냐고 묻고,


서진도 늘 살림남이 가장 편안한 촬영이라고 한다.


실제로 최근에 너무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도 많이, 잘해서 칭찬 겸 얘기했더니

마음이 편해서 말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고 수줍어했다. 실제로도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오히려 나에게는 수치적 성과보다

<불후의 명곡>, <주접이 풍년>에서도 긴 대화는커녕 눈 맞춤조차 이어가지 못했던 인물인 박서진이라는 사람이 사람들 틈에서 잘 웃고, 농담도 툭 던지고 하는 성장 드라마를 보는 게 더 소원하고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꾸준히 같은 마음을 나는 물론이고 엠씨들도 제작진도 보냈더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서진도 그렇지만 지영언니도 집보다 살림남 스튜디오가 편하다고 하고,

지원오빠도 방송인 걸 잊을 정도로 편하고 좋다고 회식도 자주하자고 해준다.


출연자들의 업무 공간이 마음 편해지는 것 이상의 성과가 또 나에게 있을까.

확실한 건 토요일 밤에 웃고 우는 살림남 안의 사람들의 맑은 마음은 참 진심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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