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이다. 오후에 사무실에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택배기사님인가 싶어서 받았더니 다짜고짜,
"편은지 프로듀'셔'님 맞나요?"라고 했다.
뭔가 어색한 발음에 날 부르는 호칭이 피디도 아니고 프로듀서라고 부르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맞다고 했다.
그러자 이어지는 설명.
"제가 강남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했는데 거기 프로듀서님 명함이 있길래 보고 전화했습니다."
그래서?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더 들어보기로 했다.
"제가 BTS의 ㅇㅇ(멤버 이름이 잘 안 들렸음;;)의 팬인데 너무 만나고 싶은데, 프로듀서님이 혹시 커넥션이 있을까 해서 용기 내 전화해봤습니다. 용기 냈습니다."
용기 냈음을 굉장히 강조하던 외국인 팬. 너무 당황스러웠다. 연결이 어려울 것 같다고 단답으로 답했고, 알겠다며 그 팬은 허둥지둥 먼저 전화를 끊었다. 입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나와 남편은 명함을 책갈피로 종종 쓰곤 하는데, 아마 남편이 내 명함을 책갈피로 쓰다가 빼지 않은 채 반납해서 생긴 일인 것 같다.
우연히 빌린 책에서 내 명함을 발견했을 때, 그 팬의 마음은 어땠을까? 드디어 오매불망 만나고 싶었던 멤버를 만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정작 어제는 당황해서 이런 팬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역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작 나도 방탄소년단을 근거리에서 본 건 <불후의 명곡> 조연출 시절, 두 시간 남짓 피독 편 인터뷰를 했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긴 했다. 그때 처음 만나본 멤버들이 풍기는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선공개도 신나서 만들고 했었는데. (아래 링크 참조)
[선공개] 불후X방탄 인터뷰 준비중인 월드클래스 아이돌 ✨️BTS✨️ [불후의 명곡] ㅣ KBS방송 - YouTube
결론은 나도 BTS를 감히 만날 수도, 만나게 해 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어제 전화를 건 팬이 이 글을 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단답으로 거절했던 내 말에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여전히 누군가의 팬이고, 저도 BTS 만나고 싶거든요...
도움이 못 되어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