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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Oct 20. 2022

창피함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입사 9년 차 예능 피디이자 늦덕후를 울린 한마디

아이돌 그룹 입덕 2개월 차. 드디어 미루고 미뤘던 이 그룹의 기원과도 같은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사실 예능 피디로서 자랑은 아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불 때도 제대로 몰입해서 본 프로그램이 없다. 이 프로그램도 종영한 지 5년이 지나서야 보게 됐지만 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과몰입해서 오열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설마 나도 그러려나' 싶었는데... 웬걸, 부끄럽게도 눈물은 1회가 시작된 지 5분도 안된 '전혀 뜻밖의 포인트'에서 터졌다.




출처 : mnet <스트레이 키즈>

바로 7년 차 연습생인 스트레이 키즈의 리더 방찬의 인터뷰 부분이었다. 사실 제작진이 의도한 눈물 포인트는 프로그램 초중반을 지나 멤버들이 데뷔조에서 탈락하고 그 역경을 이겨내는 부분이었을 텐데, 눈치 없이 혼자 이상한 포인트에(?) 눈물이 터진 셈이다.




출처 : mnet <스트레이키즈>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연습생이었던 리더 방찬 군이, 연습생 동기들이 하나 둘 데뷔를 해 '연예계 선배'가 되는 걸 보면서, '솔직히 창피'하기도 하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내가 창피하다'라고 인정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말을 꺼내는 것 자체로 자존심이 엄청나게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조금 늦긴 했지만 오히려 성공한 동기들을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라고 300% 거짓말을 했을 것 같다. 물론 '창피하다'라는 워딩은 카메라 앞에서 쏙 뺀 체 애써 괜찮을 척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느껴졌고, 또 나의 창피했던 시절이 자연스레 떠올라서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모두가 알듯이, 용기 있게 창피함을 인정한 이 그룹의 리더는 전 세계 팬덤을 몰고 다니는 스타가 됐다. 그리고 난 이 그룹의 매력을 굉장히 늦게 알게 됐다. 그런 덕분에 팬들이 왜 인물의 성장 과정에 몰입하고 흥분하는지, 왜 오디션 프로그램은 사라지지 않는지 더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됐다. 더불어 나도 창피함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졌다.



"뭣도 모르는 예능 피디고요... 사실 하루에도 여러 번 너무 창피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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