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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Oct 26. 2022

'찐따' 곽튜브에 열광하는 이유

찐따를 바라보는 이분법적인 시선

대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뒷북 of 뒷북일 정도로 '곽튜브'가 대세다. 회사 선배마저 우리 회사 답 없으니 곽튜브를 섭외하거나, 그것도 어려울 것 같으면 너도 고프로 들고 여행이나 다녀오라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내 친구는 "곽튜브는 러시아어라도 잘하지, 니가 여행 가서 모하게."라고 한 번 더 때린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곽튜브를 보고 그를 사랑하는 시대다.


곽튜브가 대체 누구길래.

출처: <바퀴 달린 입>

곽튜브는 위의 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찐따'를 자처하고 대표하는 사람이다. '자기와 같은 찐따들은' 고백을 받는 경우가 평생 세 손가락 미만이므로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사람. 실제로 학창 시절에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시달렸던 과거를 캔 맥주 마시며 덤덤히 털어놓기도 하는 사람. 그러다가도 "실제로 학교 다닐 때 형(이용진) 같이 생긴 일진들한테 많이 맞아서 볼 때마다 PTSD 느껴진다"라고 과감히(?) 터놓을 줄 아는 사람이다.


저 정도는 나도 하겠는데?


누구에게나 찐따스러운 구석이 있기 때문에 곽튜브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나도 저 정도는 하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어떤 게 특장점인지 단박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인기 없음을 고백하고, 가난한 여행객 모드로 오지를 다니는 게 곽튜브 콘텐츠에만 있나? 하는 (조금은 오만한) 생각.


카메라 앞에서 인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


예를 들어 우리 집에, <한 끼 줍쇼> 촬영을 왔다고 가정해보자. 씻지도 않은 상태로 라면 먹다가 바로 촬영에 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 본인이 가진 옷 중에서 제일 좋은 옷으로 바꿔 입고, 급하게나마 화장이라도 하고 나오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일반인 섭외 프로그램을 해보면 짧은 기간 내에 다이어트를 하고 나오거나, 얼굴을 가리는 조건으로 나가고 싶다고 간절히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누구나 찌질하고 추한 모습이 있지만 그걸 대다수가 보는 카메라 앞에서 오픈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다.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윤여정 배우가 방에 거치 카메라가 있음을 망각하고 양말 냄새를 맡았는데, 그 장면이 그대로 찍혀서 방송에 나간 적이 있다. 그 당시 카메라를 보고 질색하며, "어우 뭘 이런 걸 찍어!"라고 하셨는데, 이게 일반적인 반응인 것이다. 내 날 것은 최대한 숨기고 싶은 것.

출처: <시즌비시즌>


찌질이 군단을 대표한다?


곽튜브에 열광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할 말을 하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편집해서 넣는 콘텐츠에 자막에는 '찐특: 할 말 못 함'이라고 넣지만 내가 보기엔 할 말을 누구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예를 들면, 같이 출연하는 래퍼에게 "형이 잘 꾸며서 그렇지 사실 얼굴은 나랑 비슷하게 못생겼다. 사람들이 실제로 댓글로 형을 욕하고 있다"고 꼬집거나, 김태희와 결혼해놓고 여자 친구가 뚱뚱하고 못나도 착하면 된다고 말하는 비에게 "개양아치시네요."라고 1초 만에 받아칠 수 있는 능력. 이건 재치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출처: 나무위키

일단 까방권을 깔고 가는 본업 천재


너무 찬양 일색 같지만, 거기에 본업천재기도 하다. 내 친구가 "곽튜브는 러시아어 잘해."라고 말한 것처럼,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뚜렷하고도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세상에 뛰어들어 성공을 증명해낸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나와 같이 찌질하고 아픈 면이 있지만, 방구석에서 벗어나 스스로 나왔다는 점은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나와 같은 모습에 웃다가도 '아 나랑 완전 다른 삶이네.'라는 동경심을 느끼게 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인 것이다. 잊지 말자. 곽튜브는 100만 유튜버다. 


(난 대체 무얼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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