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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Oct 08. 2022

연예인 칭찬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그 연예인 어때? 진짜 착해?"


같은 업계 종사자든 아니든 내가 방송국에서 일하는 피디라는 이유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같이 일해 본 연예인이 엄청 많진 않지만, 그래도 6개월 이상 같이 지냈던 사람에 관해서는 최대한 솔직하게 답변을 해오곤 했다.


"진짜 천사지. 같이 일하면 진짜 편하고 좋은 사람이야."


이런 말을 하고 나면, 내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진 않겠지만 뭔가 그 연예인의 좋은 평판에 일조한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타 회사 음악프로 피디로 일하고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났을 때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내가 비교적 꽤 오래 본 한 연예인에 대해 묻길래, '너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확신에 찬 칭찬을 했다. 그런데 듣는 반응이 이전과는 뭔가 달랐다. 이해가 안 된다는 씁쓸한 표정으로

"착하다고? 그건 은지 네가 KBS 피디라서 너 앞에서만 그런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아니... 지상파 상태 안 좋아진지가 언젠데' 라며 항변했지만, 상상도 못 했던 반박에 이미 친구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봤던 사람 좋은 모습과는 달리 엄청난 예민함과 까칠함으로 스태프들을 힘들게 했다는 친구의 부연 설명에 더 미안해졌다.


나만해도 상황과 상대에 따라, 누군가에겐 극도로 겸손하고 누군가에겐 모든 것에 시비를 거는 불평쟁이로 비치고 있을 것이다. 매사에 너무 극명히 다른 건 문제겠지만, 가변적인 모든 상황에 찍어낸 듯이 같은 표정과 말을 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슈퍼스타가 됐는데도 태도가 아예 안 변하면 그것 또한 이상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곤 하는 이유다.


칭찬은 무조건 좋을 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편협한 내 경험만 토대로 한 단호한 칭찬이 누군가에겐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단언하는 칭찬이 누군가에겐 의도치 않은 오만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해야겠다. 어쩌면 최고의 답변은 "잘 모르겠어요. 직접 겪어 보시고 판단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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