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계 종사자든 아니든 내가 방송국에서 일하는 피디라는 이유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같이 일해 본 연예인이 엄청 많진 않지만, 그래도 6개월 이상 같이 지냈던 사람에 관해서는 최대한 솔직하게 답변을 해오곤 했다.
"진짜 천사지. 같이 일하면 진짜 편하고 좋은 사람이야."
이런 말을 하고 나면, 내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진 않겠지만 뭔가 그 연예인의 좋은 평판에 일조한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타 회사 음악프로 피디로 일하고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났을 때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내가 비교적 꽤 오래 본 한 연예인에 대해 묻길래, '너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확신에 찬 칭찬을 했다. 그런데 듣는 반응이 이전과는 뭔가 달랐다. 이해가 안 된다는 씁쓸한 표정으로
"착하다고? 그건 은지 네가 KBS 피디라서 너 앞에서만 그런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아니... 지상파 상태 안 좋아진지가 언젠데' 라며 항변했지만, 상상도 못 했던 반박에 이미 친구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봤던 사람 좋은 모습과는 달리 엄청난 예민함과 까칠함으로 스태프들을 힘들게 했다는 친구의 부연 설명에 더 미안해졌다.
나만해도 상황과 상대에 따라, 누군가에겐 극도로 겸손하고 누군가에겐 모든 것에 시비를 거는 불평쟁이로 비치고 있을 것이다. 매사에 너무 극명히 다른 건 문제겠지만, 가변적인 모든 상황에 찍어낸 듯이 같은 표정과 말을 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슈퍼스타가 됐는데도 태도가 아예 안 변하면 그것 또한 이상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곤 하는 이유다.
칭찬은 무조건 좋을 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편협한 내 경험만 토대로 한 단호한 칭찬이 누군가에겐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단언하는 칭찬이 누군가에겐 의도치 않은 오만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해야겠다. 어쩌면 최고의 답변은 "잘 모르겠어요. 직접 겪어 보시고 판단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