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은지 피디 Oct 25. 2022

내가 소개팅을 주선하지 않는 이유

몇 달 전 소개팅을 주선하고픈 커플 조합이 문득 떠올랐다. 남자 피디 후배와 친한 동생이었다. '예쁜 내 후배 콩깍지'를 쓰고 본 나의 남자 피디 후배는, 자상하고 다정하고 가끔 보이는 성깔(?)마저 줏대 있어 보였다. 사려 깊고 수더분한 친한 동생과 예쁜 커플이 될 것만 같았다.


둘 다 내 기준으로는 참 좋은 사람들이기에 그에 걸맞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오지랖이 발동했고, 무슨 커플 매니저라도 된 냥 신났었다. 그리곤 나의 원대한 계획을 우연히 남편한테 털어놓았다.


"얘랑 얘랑 진짜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남편 얼굴은 심각해졌고, 한 마디를 덧 붙였다.

"걔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왜 몰라. 몇 달 동안 거의 같이 생활했는데."라고 말을 이어가려다 보니,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았던 후배의 모습은 선배로서 나를 대하는 '후배의 모습'이었을 뿐, 그 친구의 진면모를 봤다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소개팅을 주선하기 전에 잠입이라도 해서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쳐 볼 필요까진 없지만,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어디 내놔도 아깝지 않은 자상한 사람'이라고 확신했을까. 물론 이건 후배가 나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굉장히 감사한 일이지만 이 근거 만으로 누군가와 이어지길 바라는 건 성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주말에 우연히 신문에서 본 구절.

사람을 파악하기도 어려운데 심지어 사람은 시시각각 변한다. 변한다고 해서 나쁜 걸까, 혹 변치 않는다고 그 자체로 귀하고 가치 있는 걸까. 쉬이 판단이 어렵다. 특히 모두가 특정 위치에서 각자 해야 할 역할이 분명한 회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또한 주관적인 기준으로 '적당히 서로 어울릴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주선하게 되면, "나를 뭘로 보고!"와 같은 날 선 비난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감히 소개팅을 주선하지 않도록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 바꾸는 상사의 정신병을 의심하지 말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