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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Nov 04. 2022

회사에서 화내는 게 제일 어려운 줄 알았는데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

다들 애써 꾹 참고 있는 사사로운 감정과 짜증을 혼자서 다 드러내며, 나는 화끈하며 뒤끝이 없다고 보란 듯이 말하는 사람. 내가 물면 안 놓는 ‘도사견’ 임이 하나의 이기적인 자부심인 사람.


그런 사람과 일을 하면 자괴감이 많이 든다.


-나는 왜 저 사람처럼 회의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는가.

-“그렇게 못마땅하면 빠지시든가요.”라는 속마음을 왜 당당히 내뱉지 못하는가.

-왜 이런 사람들의 ‘나 한 성깔 하고 까칠해요. 그러나 뒤끝 없는 멋쟁이랍니다‘ 류의 원치 않는 각종 무용담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것인가.


사실 이런 말에 숨겨진 행간은 ‘나는 너에게 감정을 드러내고 막대해 너에게 상처를 줄 거지만 정작 나는 곧 까먹을 테니 난 상관없다.‘라는 의미다. 특히 내가 아랫사람이거나 업무상 을일 경우 난 그냥 어색한 웃음과 함께 참아내야 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받아치지 못할 때,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도 화가 나곤 했다. 온 하루를 망치는 듯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감정을 드러내는 게 제일 쉽고 하수들이 하는 짓이라며, 오히려 내가 사회생활을 잘하는 거라고 했다. 사실 이러한 위로의 말들이 그동안은 1도 와닿지 않았고 그들에게 어떻게 복수할까만 연구해오곤 했다.


이번에도 나에게 짜증과 비아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회의 석상.

불쾌했지만, “저희가 잘 모르고 한 결정일 수 있으니, 효율적인 방법을 먼저 제안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떨지요. “라고 먼저 물었다.


보통 이러고 나면 비굴한 내 모습에 그날 밤 이불 킥 예약이었을 텐데, 이상하게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씩씩대는 작은 짐승을 도닥이는 느낌도 들었다. 오히려 분노하던 상대가 하루의 기분을 망칠 것 같아 염려까지 되었다.




화를 내본 사람은 안다. 그 끝이 결코 유쾌하지 않다는 걸. 공격이라면, 공격을 받는 자리에서 오히려 향후 활용 가능한 큰 수확을 얻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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