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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Oct 30. 2022

10년 만에 피티 등록 “바프가 뭐죠?”

내돈내산 다이어트 시작

2022년 10월 26일

거의 10년 만에 개인 피티를 시작했다. 20대 백수 시절 한 번 받아보고 내 인생에선 두 번째 피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만이라 가기 전부터 왠지 기대보다 긴장이 더 됐다. 운동은 특히 또 나의 취약 분야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일단 마음먹은 김에 짧은 상담 후 바로 결제를 했다. 피티 10회권과 두 달치 헬스 이용료를 결제하려는 순간, 몸도 인상도 좋은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아차차, 회원님 마침 이번 달에 헬스 이용료가 딱 인상되는데 아예 길게 끊는 게 낫지 않으세요?"


뭔가 10년 전에도 들었던 말이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스치는 찰나,


"아, 절대 강요하는 건 아니고 회원님 생각해서 추천드리는 거예요." 


뒤에 이어지는 멘트까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강요는 아니고, 헬스 시장(?)에 무지한 너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추천하는 것뿐이라는 말에 담긴 일종의 밀당.


20대 때는 '헉, 정말 인상되나?'라는 생각과 함께, 회당 비용 비교 얘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최소 6개월치를 결제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그냥 두 달치만 결제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바로 시작된 피티.


인바디를 재고 트레이너가 배정되었다.

인바디 종이를 펼쳐놓고 트레이너가 두 달간의 다이어트 목표치를 물었고, '10kg 정도?'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건 회원님의 욕심"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혼자 빵 터졌다.


몇 년간 그렇게 맘대로 살아놓고, 두 달만에 그 10kg를 감량한다는 것도 욕심이지만 된다고 해도 전혀 건강에 좋지 않을뿐더러 200% 요요가 온다는 얘기를 아웃사이더급 속사포랩처럼 주문 외우듯 얘기해주셨다. 뭔가 그래도 감언이설보단 직언을 들으니 돈을 날리진 않을 것 같아서 뿌듯했다.




사장님이 특별히 두 달간 무료로 제공해주기로 한 찜질방스러운 벙벙한 운동복을 입고 시작된 운동. 이 옷을 입음으로써 나는 '이 구역의 피티 생초보'임이 공식적으로 인증되었다. 일단 몸이 완성된 분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복장부터 몸매를 드러내는 화려한 차림이었다. 백조 떼 속 미운 오리 새끼처럼 나만 튀는 느낌이 처음에는 살짝 수치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쁘지 않았다.


"빡세게 굴려주는(?)걸 좋아하세요? 아니면 봐가면서 해드리는 걸 좋아하세요?"


역시 10년 전과 들었던 유사한 질문과 함께 시작된 운동.



다행히 유연성이 좋은 편이라 스쿼트 자세는 몇 번 설명을 들으니 아주 나쁘진 않았다.


그 순간, 훅 들어온 한 마디

"회원님! 자세 너무 좋으신데, 바프 한 번 찍으시죠?"


처음으로 10년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얘기가 나왔다.

바프(바디 프로필 사진)가 10년 전에는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유행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재는 신선했으나, 1일 차인 회원의 사기를 북돋아주려는 트레이너의 그 무언가는 너무도 익숙했다.


피티 시작 5일 차, 아직까지는 하루도 안 빠지고 출석해서 알려준 루틴대로 운동을 하고 있다. 성격 상 뭔가를 하기로 해놓고 100% 출석하지 않는 걸 견디질 못한다. 사실 그래서 쉽사리 시작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하면... 너무 한심하고 게으르려나.


10년 만에 가본 헬스장은 변치 않은 게 더 많았지만, 내 몸만큼은 노력만큼 변해주길 바라며 내일 대망의 두 번째 피티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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