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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Nov 01. 2022

100만 원짜리 피티로 근육보다 얻고 싶은 것

1:1 피티 수업 2일 차


피티 입문자를 가장 놀라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단연 고수들의 우렁찬 신음 소리다.


"으어~"

"아아아아헛!"

"유후하!"

"스으읍하!!"


소위 말하는 몸 좋은 이들이 강도 높게 근육을 쥐어짜면서 내는 다양한 소리인데 들을 때마다 흠칫 놀라게 된다. 놀라서 주변을 보면 정작 나 외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굉장히 궁금했다. '저런 큰 소리에 어떻게 돌아보지도 않지?',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저렇게 큰 소리를 내지?'


운동 마니아 남편에게 물어보니 그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본인이 내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운동에 몰입해있고, 실제로 그 무게를 들어 올리지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리를 내는 게 창피하고 말 여유조차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소리 내는 게 어렵다.


트레이너도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매번 나에게 더 크게 호흡을 '후우~'하고 뱉으라고 한다.

신음소리도 아니고 호흡일 뿐인데, 이 조차 나는 어색하고 내기가 어렵다. 뭔가 내선 안 되는 소리를 낸 것 같은 기분이다.


입 밖으로 무언가 소리를 내는 걸 꺼리는 게 어느 정도냐면, 출산할 때 비명조차 시원하게(?) 지르지 못했다. 출산이면 나름 내가 인생에서 겪을 만한 고통 중 세 손가락 안에는 들 텐데, 심지어 무통주사조차 못 맞고 생으로(?) 낳아서 나름 엄청 아팠는데 그 상황에서도 소리를 내지르자니 주변이 엄청 신경 쓰였다.


'너무 과한 거 아닐까?'

'사극 출산 장면처럼 보이진 않을까? 웃기지 않을까?'

'유난 떤다고 하지 않을까?' 등등.  


지금 생각하면 남들은 안물안궁일 오만가지 상상들로 '악'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참아가며 마쳤던 자연분만. 그리고 백여만 원을 들여 10년 만에 시작한 운동.


이젠 마음껏 궁금한 거 물어가며, 힘에 부칠 땐 '악'하고 소리치며 운동하고 싶다. 소리를 낸다는 건, 그만큼 체면을 초월해서 운동과 내 몸 자체에 몰입했다는 뜻이 될 터이니 말이다. 근육보다 소리를 낼 자유(?)와 자신감을 얻게 된다면 더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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