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J크로닌워너비 Oct 16. 2023

불면

침대에 누울 때마다
유선형의 몸체로 바다를 유영하는
바다거북이 되기를 소망하며
눈을 감는다

태양의 빛줄기가 작열하는
모래사장 어느 즈음
수많은 형제자매와 같이
알의 형태로 숨 쉬고 있겠지

이윽고 한둘씩 일어나서는
매끈한 껍질을 톡톡 깨고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꼬물꼬물,
달빛을 등에 업고
바다로 기어갈 테지

바다에 닿는다면,
저 꿈 같은 바다에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야
검푸른 산호초에 몸을 비비며
하늘하늘 해파리와 블루스를 추겠지

하지만 이 새끼거북은
형제자매들이 바다로 다 들어가서
꿈을 꿀 때까지도
애잔하게 허우적거릴 뿐
바다로 나아가지를 못하네

모래사장 같은 침대 위에서
몸을 비트는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 분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