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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time Apr 05. 2023

1. 누구나 막내작가

12년 전, 타임리프 



방송 작가가 되는 계기는 각자의 인생만큼이나 다양하지만 

작가로 들어서는 길은 대체로 3가지로 나뉜다. 


1. 방송 작가와 관련된 '대학, 과' 입학

2. 아카데미 교육 및 소개

3. 맨땅에 헤딩 


보통 2번의 루트를 통해, 방송 작가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에 따른 장점은 방송작가로서 무엇을 하게 될지 미리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과

막내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이력서, 자기소개 PPT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인맥을 통한 취직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돈을 내고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의 경우는 1번을 통해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나의 꿈은 '라디오 작가'였다. 

지금처럼 유튜브는커녕 버디버디, 싸이월드가 인터넷의 전부였던 시절

사춘기로 방황하는 나의 곁을 지켜준 것이 '라디오'였고,

그 라디오 속에는 그 시절 내가 사랑하는 '오빠'들이 존재했었다. 

지금은 아저씨가 되어버리고 사회면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라디오 작가는 사람이 죽어나야 자리가 난다'는 

횡횡한 소문이 도는, 일명 꿀자리였고. 나는 그곳을 포기하고 TV 방송으로 눈을 돌렸다.

남들보다 1년 늦게 들어간 대학, 동기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대학교 생활을 한 덕분이었을까.

학생시절 총 2번의 작가 제안을 받았다.


첫 번째는 현직 카메라 감독님이자 교수님이었던 분으로부터의 제안이었다.

그 당시 예능국 카감으로 일하고 있던 교수님은 

내게 기획 중이던 음악 방송 프로그램 막내 작가 자리를 소개해주셨다.

하지만 방송일이 그러하듯 한 달을 기획하던 프로그램은 조용히 엎어졌고 

대신 자료조사 알바 자리를 소개받게 되었다. 막내 작가에서 알바 작가로 강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대학을 다닐 시간이 1년 더 남아있었기에 슬프거나 아쉽지는 않았다.

만약 그 일로 내가 음악 작가가 됐다면 어떤 길이 펼쳐졌을지는 가끔 상상해 보지만.


두 번째는 막학기를 앞두고 있던 내게 담당 교수님은 교양프로를 제작하는 회사에 나를 추천해 주셨다. 

그들만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20대 초반의 어린 나는 알지 못했지만 일을 한다는 생각에 나는 꽤나 행복해하며 지냈다.


당시에 메인 작가, 서브 작가가 나를 뽑은 이유로 

1. 프리뷰 알바

2. 자료 조사 알바 경력 때문이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작지만 소소한 경력이 있는 친구를 뽑을 것 같다. 실제로도 그러하고. 




나의 첫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지금의 유퀴즈와 비슷한 교양프로그램이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1인자라고 불리우는 인물들과 하는 토크들은 사실상 20대 초반이었던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더랬다.


예를 들면 회식자리라거나, 방송국에서 마주치는 연예인들과 같은.


막내작가가 해야 할 일로는 자료조사, 섭외 번호 수배, 프리뷰, 보도자료 등 

도통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일들 뿐이었다. 그나마 쓰는 글이라고는 보도자료나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소개글 정도였는데 그마저도 위에 서브 작가가 다 수정하니

내가 쓴 글자라고는 프로그램 이름과 출연자 이름, 온점 그뿐이었다.


때문에 12년 전 나와 같이 글쓰기가 어려운 막내작가로서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막내작가님들 모두 다 그렇구나~ 하는 마음으로 버텨내길 바란다.

물론, 선배만 믿고 말도 안 되는 글을 쓰면 다음 프로그램에서는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점도 기억해 주시길.

진짜 미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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