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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time Apr 12. 2023

여름은 덥고 겨울은 너무 춥다

원룸 옥탑방의 현실 (2)

'이거 어디서 나오는 물이다냐...?'


꼭대기 층은 직사광선을 좋게 말하면 따사로운 햇빛을 직빵(?)으로 받는다는 걸, 우리는 그해 여름에 처음 알았다. 드라마 속 옥탑방에 사는 주인공들은 그곳에서 무탈하게 살고 연애도 하고 그러던데. 밖이 시원하게 보여 마음에 들었던 창문으로 여름의 열기도 한가득 들어온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집에서 적어도 2년을 살아야 한다. 큰 창에 맞는 커튼을 달아 태양을 피했고, 에어컨으로 뜨끈한 온도를 낮추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에어컨비 폭탄을 맞을까 봐 아껴서 틀었는데, 낮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에어컨이 밤사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집주인은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로 계약날까지만 해도 친절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의 친절함의 유통기한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던 듯, 에어컨을 확인하러 3일 후에 집을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전원 버튼을 눌렀다가 무슨 일이 터질지 몰랐기에 우리는 플랜 B인 만화방으로 향했다. '비용'만 지불하면 누울 공간도 있고, 남이 해준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만화책도 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빵빵한 에어컨의 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그곳은 천국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멀쩡히 집이 있는데 3일 내내 만화방에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지낼 거였으면 월세 대신 만화방 이용 비용을 지불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도 떡하니 나왔다. 하지만 월세집을 처음 얻어본 우리에게 집주인을 재촉할 용기는 없었다.  

 

3일 후 집주인이 방문했을 때, 무슨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더 이상 물이 떨어지지 않았고 에어컨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멀쩡히 돌아갔다. 그리고 한층 꺾인 더위로, 우리는 그날 이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지금 봐도 적응 안 되는 초록 벽지. 왜 저기만 저랬을까?


'더위 보다 추운 게 더 싫어'


사람마다 호불호의 계절이 있을터, 내게는 겨울이 늘 꼴찌에 해당하는 불호의 계절이다. 태어날 때부터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탔던 내게 겨울철 목도리는 필수품이었고, 어떻게 하면 더 껴입어도 날씬하게 보일 수 있을까? 가 나의 최대 고민이었다. 물론 이제는 남의 시선은 생각 안 하고 뼈에 바람 들어가지 않게 입는 코디가 최고지만.  

  

가을 모기와 대단한 전투를 벌이고 겨울이 찾아왔을 때,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일찍이 전기장판과 한 몸이 되었다. 일의 특성상 퇴근 후에도 끝나지 않는 나머지 숙제들을 집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 많았는데, 그때는 냉랭한 공기가 손발에 닿지 못하도록 수면 양말과 털장갑을 끼고 타자를 치기도 했다.


'이제 초 겨울인데, 12월에는 어떻게 버티지?'


나만큼 추위를 싫어하는 룸메이트 아윤은 얼마 전 '보온용 텐트'를 샀다며 나에게도 구매할 것을 권유했다. 숲 속의 작은 집도 아니고, 집 추위를 피해 들어가는 텐트라니. 그 얼마나 따뜻하겠냐는 나의 의구심이 무색하게 집에 설치된 텐트 안 공기는 정말 따뜻했다. 더불어 전기장판까지 합세하니 '온돌방' 저리 가라 할 뜨끈함이 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또한 텐트를 닫으면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공간 분리 기능까지 있었는데 이 또한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좋은 기능이었다. 원룸인 듯 원룸 아닌, 투룸 같은 아늑함이랄까.


'언니, 올해도 안 살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따수운 텐트를 구매하지 않았고 수면 양말과 극세사 이불, 전기장판으로 두 번의 겨울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때의 나의 생각을 알 길이 없다. 다만 겨울로 변하는 공기가 얼굴을 스칠 때면 원룸에서의 차가운 공기가 가끔 떠오르곤 한다.

집에서 목도리 하는 사람 처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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