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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옹 May 05. 2023

사실 나는 어제 치킨을 먹었다.

비건 지향인의 애매한 채식 이야기

 

 한국인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치킨. 퇴근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는 치킨은 정말 맛있었다.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도 "치킨 ?"이라는 말을 쉽게 던졌을 정도로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고등학생 때는 혼자서 치킨 한 마리를 다 먹기도 했다.


 나는 채식을 하고 있다. 치킨은 지 않는. 살림하는 사람이니 집에서 밥을 차리는 게 나의 일인데 가끔은 내 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으니 결국 피자랑 치킨을 시키고 말았. 남편이 치킨을 먹고 싶을 때면 피자나라 치킨공주를 주문해서 남편은 치킨, 나는 고구마 피자를 앞에 두고 먹는다.


 배달시켜 먹은 다음날 아침에 먹다 남은 피자로 끼니를 때우던 ,  몫의 피자가 너무 양이 적어서 남편의 치킨 조금 먹고 말았다.


 채식주의자가 치킨을 먹었을  양심에 찔리는  당연한 일이다. 닭들은 좁은 양계장에 갇혀서 지낸다. 스트레스로 서로를 쪼지 못하게 마취 없이 부리를 자른다. 그렇다고 서로 쪼지 않는가? 좁은 양계장에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잘린 부리로 서로를 쫀다.


 , 돼지, , 계란 등등. 동물성 음식의 진실을 알고 있는터라 고기를 먹으면  동물의 안타까운 생활들이 생각나서  먹겠다.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입장에서 우유는 더더욱 못 먹겠다. 사람이 출산을 해야 젖이 나오듯 소도 임신을 해야 우유가 나온다. 사람에게 줄 우유를 위해 소는 강간당한다. 사람 손으로 암소에게 정액을 집어넣는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암소는 우유를 만들기 위해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반복한다.


 역시 채식도 부지런해야   있다. 내가 먹을 음식들을 미리 준비하고 손질해야 한다. 비건 가공식품이라도 미리 사 둬야 한다. 요즘 너무 게을러서 그만, 남편의 치킨  조각을 먹고 말았다.


 나를 드러내는 다른 SNS에서는 사실 가끔 내가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숨겼지만, 브런치에서만큼은 솔직해지고 싶다. 그래야 고기를 덜 먹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나는 이렇게 수년째 애매한 채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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