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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사일기

구미 50대, 간병

첫 계약

by 주옹


처음에 회사에 들어갔을 때, 관리가 안 된 고객님 정보를 주니까 영업할 때 크게 부담이 없을 거라고 했다. 매달 10~20명의 고객님이 나에게 이관되어 온다. 나는 그 고객님들에게 전화로 인사드리고 방문을 잡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이 고객님은 자영업을 하신다. 그래서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을 통해 이미 많이 가입하셨다. 아는 사람에게 가입했다 보니 불필요한 담보를 삭제하기는 살짝 무리가 있어 보였다. 이미 매월 빠져나가는 돈이 많기도 했고. 그래서 한 발 물러서서 인사드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다음 달이 되면 간병 보장받기가 까다로워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족간병이 가능은 한데, 간병 일지를 쓰는 등 절차가 더 필요하다고. 이 고객님이 간병보험 관심 있어했던 게 생각나서 전화를 드렸다.


고민 끝에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자는 며느리고, 피보험자는 시어머니다.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간병 상황에 닥치면 며느리가 간병을 해야 할 확률이 크다. 아주 잘 가입하셨다. 다행히도(?) 다음 달이 되니 정말로 간병 보장을 받으려면 간병일지를 써야 했다.


이때는 신인이라 코치님과 같이 갔다. 나는 한 게 거의 없다. 코치님이 다 차려놓으신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느낌이다. 코치님이 잠깐 전화하는 사이에 내가 담보 설명을 잘 못해서 정정해주시기도 했다. 어찌 됐건 첫 계약이니 나에게는 의미가 크다.


막창집을 하시는 고객님이라 월급 받고 막창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채식 주의자라서 평소에는 막창을 안 먹지만, 일하려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막창이 꽤 맛있었다. 늦은 시간이 되니 손님이 몰렸다. 장사가 잘 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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