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된 지 N년째, 나는 아직 플렉시테리언에 머물러 있다. 플렉시테리언이란 유연한(flexible)과 채식주의자(vegetarian)의 합성어로, 상황에 따라 채식과 육식을 유연하게 실천하는 채식의 한 단계라고 보면 된다.
“그럼 나 점심에 채식했는데, 나도 플렉시테리언인거야?”
이와 비슷한 맥락의 말을 들었다. 사실 이런 말 들으면 할 말이 없기는 하다. 변명같은 말을 하나 하자면, 채식을 하든 육식을 하든 마음속에는 비건이 최종 지향점인 사람이 플렉시테리언이 아닐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비건 세상이 아니다.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은 한정적이고, 비건 식당이나 카페는 가까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이니 완벽한 비건을 실천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는 현재 기후위기 예방의 관점에서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내가 채식한끼 하면 지구의 온도를 낮출수가 있다. 대부분의 육류는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지는데, 거기서 나오는 많은 탄소는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완벽한 비건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특히나 회식자리가 제일 힘들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던 이상 육식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친정집에 가면 계란을 주신다. 밭에 조그맣게 닭을 키우시기 때문에 그 닭에서 나오는 계란이다. 처음 계란을 받았을 때는 많이 난감했다. 내가 채식주의자인거 알면서 왜 계란을 주시는 걸까? 하지만 나는 4살 아이와 같이 살기 때문에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다. 나는 자유의지로 채식하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이게 플렉시테리언의 현실이지 않을까? 나는 가능할때는 채식으로 먹고 있는 편이다. 혼자 외식할때 김밥에 계란, 어묵, 맛살, 햄을 빼달라고 하거나 비빔밥에 계란을 빼 달라고 요청드린다. 집에서 밥먹을때도 채식으로 먹는 편이다.
어찌보면 플렉시테리언이 채식 진입장벽이 제일 낮다고 볼 수 있겠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이렇게 유연하게 실천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채식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런 내가 제로웨이스트, 채식 책을 내도 괜찮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