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너 오늘 그날이야?
대학교 다닐 때.
평소 선배 같지도 않으면서 선배 대접은 꼭 받으려고 하는 초미세먼지 같은 인간이 하나 있었다. 내가 동아리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피식 웃는 초미세먼지.
“넌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옷을 입냐?”
그때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나지도 않고 기억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초미세먼지의 무례한 태도와 언행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내 어깨를 툭 치며 농담을 다큐로 받아들이냐며 오히려 난리를 친다.
“농담인지 다큐인지는 듣는 사람이 따지는 거구요. 지금 제 말이 다큐인지 아닌지 한 번 끝까지 가 볼까요?”
그제야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는 초미세먼지. 하지만 그의 사과는 이미 곰팡이가 슬고 문드러져 손도 대고 싶지 않았다. 진심이 빠진 가짜 사과. 손을 대는 순간 나도 썩어버릴 것 같은 그딴 사과 따위, 받아 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집요하게 가짜 사과를 억지로 내 손에 쥐어주더니 결국 한 건 더 올린다.
너 평소답지 않게 좀 예민하다?
혹시 그날 *이야?
그래, 그날이다.
네 제삿날.
* 왜 생리를 그날이라는 억지 암호를 갖다 붙일까. 게다가 암호를 풀면 큰일 날 것처럼 쉬쉬. 생리는 그냥 생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