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더 추가를 하자면 예쁜 테이블보 받고, 예쁜 커트러리 세트 받고,
예쁜 수저받침까지 받겠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친구를 불러 파티를 했다. 예전의 나라면 대충 배달 음식을 시켜서, 대충 일회용 젓가락 사용해서, 대충 아무 잔에나 술을 따라 마시고, 대충 그대로 음식을 덜어내지도 않고 허겁지겁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분위기를 최고급으로 바꿔주는
예쁜 테이블보*를 샀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상징하는 붉은 천에 금빛 별(아마도 금성을 상징하는 것이 틀림없을)이 아기자기하게 수놓아져 있는 테이블보. 테이블보를 펼치는 순간 이곳은 한국이 아니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고 나온 세 명의 목자들이 예루살렘의 한 식당에 들른다. 동방박사라 불리던 그들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긴 여행을 준비해야만 했다. 떠나기 전 동방박사들은 그들만의 만찬을 즐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들른 소박한 식당.
이미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라곤 그들밖에 없었다. 인심 좋은 주인은 문을 닫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곧 긴 여정을 떠날 여행자라는 것을 알았기에 군말 없이 음식을 주문받는다. 음식이 만들어지기 전 주인은 그들 앞에 붉은 천에 금성이 수놓아진 아름다운 테이블보를 깔아준다. 또한 깨끗하게 닦여 피곤에 절은 얼굴마저 환히 비추는 정갈한 커트러리를 세팅한다. 조금 있으면 이 목자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따뜻한 음식이 나올 것이다. 세 명의 목자들은 테이블보가 깔리는 순간 이미 따뜻한 설렘을 먹고 있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주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를 담은 예쁜 그릇이 주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를 담은 예쁜 그릇이 놓인 아름다운 테이블보와 커트러리가 주는, 이런 설렘들 때문에 어쩜 우리는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싸지 않으면서 어쩌면 더 비싼, 돈으로 살 수 없는 소박한 설렘들. 그 설렘들만 있다면
우리들의 파티는 이미 충분하고 충만하다.
* 생필품 전문매장 다○소에 크리스마스 시즌 테이블보가 나온다. 시즌이 아니어도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가격에 예쁘고 다양한 테이블보를 살 수 있다. 다○소 테이블보,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