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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soho Feb 26. 2019

39만 원짜리 개인정보 2

<신종 보이스 피싱>

1. 00협회, 00은행 운운하며 전산상 실수로 입금이 잘못됐다고 연락이 온다.

2. 다시 입금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안 그럼 횡령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겁도 준다.

3. 입금된 것이 없다고 하면 또 전산상 오류로 지금 돈을 입금해야 원래대로 된다고 교묘하게 말을 돌린다.



실제로 이런 유형의 보이스 피싱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이제 잠은 다 잤다. 걸려온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거니 계속 안 받는다. 00영화협회 홈페이지를 찾아내 그곳 사무실 전화번호로 걸어보았다. 00영화협회도 어쩌면 사칭일 수 있다. 은행도 경찰서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 아닌가. 


"제가 버튼을 잘못 눌러서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럴 리가 없는데’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버튼을 잘못 눌러 다시 내게 전화가 걸렸다는 것. 직원은 내 울화통 버튼도 함께 눌렀다. 쭉쭉 위로 신나게 올라가는 울화통 게이지. 위험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진정해. 아직은 때가 아니야.


울화통을 부여잡고 간신히 진정시킨다. 
입금 문제는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내 말대로 동명이인이 3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전산상에 남아있던 그 3명의 정보가 한꺼번에 나와 헷갈렸다는 것.


“그럼 2015년에 낸 제 작품과 개인정보가 계속 남아 있다는 거네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요즘은 동의서를 쓰더라도 일시적, 한시적 기한을 둔다. 기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주로 공모전의 경우 공모가 끝남에 동시에 응모자의 개인정보는 모두 폐기한다. 문제는 개인정보활용 동의서도 쓴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정보가 3년 동안, 이름만 들어본 협회에 그것도 내 작품까지 잡혀있다고?


이건 일종의 납치 및 감금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 작품은 공모에 떨어졌든 붙었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다. 지금 내 새끼를 납치 감금한 것도 부족해 엄마인 내 신상까지 전부 다 알고 돈을 요구해?


우리가 받는 각종 스팸전화들.

엄마 전화보다 더 자주 걸려오는 보험상품 권유 전화, 선거철만 되면 헤어진 애인 전화보다 더 뻔뻔하게 걸려오는 지지 호소 전화 등. 동의가 없었다면 모두 불법이다. 휴대폰 번호 하나, 주소 하나 가지고 뭘 그리 예민하게 구냐고 하겠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둔감함으로 위장한 무책임보다는 예민함으로 무장한 책임감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게 아닐까.


다행인 것은 총책임자는 ‘그럴 리가 있다.’라며 잘못을 인정했고 시정도 했다는 것. 폐기하지 않고 저장되어 있었던 응모자들의 개인정보를 모두 폐기했고 공식 홈페이지에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과문도 올렸다. 개인정보 삭제 장면까지 캡처해서 나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39만 원에 떨이로 팔려 나갈 뻔한 나와 우리의 개인정보는 그렇게 무사히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뒤 건방진 라바는 말끔히 박멸되었다. *


굿바이, 라바.




* 물웅덩이를 아예 메워버렸다. 다른 공모전에서 받은 어마어마한 상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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