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어떤 집단에서든 지랄하는 인간들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며 지랄하는 인간은 집단마다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
이 집단에선 저 인간이 ‘지랄’ 이군.
저 집단에선 그 새끼가 ‘지랄’ 이군.
요 집단은 웬일로 지랄하는 놈도 없네?
이런 경우 그 ‘지랄’의 당사자가 바로 자기 자신일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따짐에도 ‘따짐 총량의 법칙’이 있다.
“어쩜 그렇게 잘 따져? 나는 억울해도 잘 따지지 못해...”
“못 따지는 날 보면 바보 같아 속상해.”
“따지려고 하면 막 심장이 뛰어. 어떻게 하면 잘 따질 수 있을까?”
지인들에게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잘 따지지 못해서 바보 같이 당하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도 잘 따지지 못해 집에 가서 이불킥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잘 따지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따지지 못해도 괜찮아요.
잘 따지는 성향이 우위도 아니고 잘 따지지 못하는 것이 하위도 아니다. 그저 사람마다 성향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를 뿐이다. 웬만한 일은 참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 자신에게 오히려 더 좋고 편한 사람이 있다. 반면에 나처럼 웬만한 일이든 뭐든 울화통을 건드리면 꼭 따져야 속 시끄럽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억지로 자신의 성향과 다른 틀에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하나씩 따져야 할 것을 고르는 것부터 해보자.
따짐은 시작이 99.9%* 다.
한 번에 잘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엔 없으니까.**
잘 따지지 못해도 걱정 마시길.
어디선가 우리의 따지미***들이 당신 대신 따져주고 있을 것이다. 따짐 역시 지랄처럼 총량은 보존되니까.
알게 모르게, 혹은 모르게 알게 당신에게 상처를 준 나쁜 것들에게 달려가 대신 따져 줄 것이다.
우씨, 누가 내 동생(울 언니, 울 오빠) 울렸어?!
* 나머지 0.1%는 이 에세이를 통해 채워갔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응원한다. 당신과 당신의 모든 따짐들을.
** 한 번에 잘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니 하나 있다. 식욕을 절대 참지 않는 것. 아니, 참지 못하는 것.
***따져야 할 때 잘 따지는 멋진 동생, 언니, 오빠들을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