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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광고와 뒷 광고 단상

은밀한 뒷 광고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지

by 딱정벌레
사진=픽사베이

최근 뒷 광고 논란에서 눈에 띄는 코멘트가 있었다. "그러면 매스 미디어는 뭐죠?" "언론도 이런 거 많지 않나요?" 구독료로만 돈을 버는 매체가 아니라면- 뒷 광고에서 자유로운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언론이 광고에 수익을 의존하니까. 신문사는 구독료 매출이 있지만 알다시피 비중은 적고. 행사 매출이 좀 있고. 뒷북치는 감은 있지만 최근 뒷 광고 논란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언론 보도에 대놓고 하는 앞 광고성 콘텐츠도 있지만. 은근한 뒷 광고성 콘텐츠가 얼마나 많았던가. 취재 기사 탈을 쓴 교묘한 협찬 기사.

신문사에서 일할 때 광고성 콘텐츠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다. 명절이나 연휴에 광고국에서 특집을 기획했다. 설 특집, 추석 특집, 가정의 달 특집 등. 몇개면 제목을 이런 특집이라고 넣었다. 앞에 '도비라'라고, 요약 글을 썼다. 일본어인데 난 처음에 '도비라'라는 업체 광고글을 쓰는 줄 알았다. 수십개 업체 광고성 기사가 200자 원고지 기준 4~5매 분량으로 들어갔다. 주로 업체 제품 소개 기사. 난 주류 회사 신제품, 베이커리 신제품, 전자상거래 업체 서비스 등을 주로 썼다. 새로운 내용은 없고, 이미 나온 보도자료를 재탕한 게 많았다.

이런 특집은 딱 보면 광고 티가 난다. 업체 로고 같은 것도 들어가고. 광고성 글인 게 대놓고 드러난다. 앞 광고라고 하면 이런 게 그중 하나랄까. 물론 광고면이 따로 있기도 한다. 전면 광고, 하단 광고, 하단을 절반 정도 쪼개서 들어가는 광고, 제호 양 옆에 있는 광고, 홈페이지에는 배너 광고도 있고. 기업에서는 창립 몇십주년, 건물 완공이나 소속 프로 야구단 우승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전면 광고를 뿌리기도 한다. 좀 뼈아픈 광고이기도 하다. 타매체에는 뿌려주는데 우리는 안 주면 담당 기자로서 마음이 무겁다. 우리는 못 한거니까. 협찬받는 걸 '뚫었다' 또는 '관계를 맺었다'라고 표현한다. 그런 회사는 '파트너'나 '고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사진=픽사베이

뒷 광고성 콘텐츠는? 취재 기사처럼 생겼지만 사실 협찬 증빙 기사인 경우. 예를 들어, 어떤 솔루션 업체 협찬을 증빙한다면- 그 회사 솔루션을 사용해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어떤 사업자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든지. 또다른 업체의 경우, 그 회사에서 파는 상품을 큐레이션해서 '이럴 때는 이거 어때요?' 이런 식으로 제안하는 콘텐츠를 쓴다든지. 어떤 업체에서 모 유통 채널이 요즘 잘 나간다면 매출이나 방문자 수 증가율 통계를 받아서 '어떻게 어떻게 잘 되고 있고, 앞으로 이렇게 할 계획'이다 이런 기사를 쓴다든지.

일상적인 협찬 관계라면- 관계를 생각해서 그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쓰는 경우도 있다. 지면에 좋은 위치 또는 큰 공간을 할애해서 싣거나. 회사와 좀 더 밀접한 관계라면 그 업체에서 크게 중요한 내용이 아닌데, 기사는 나갔으면 좋겠고, 보도자료로 내기에는 애매한 내용을 자료로 전달하기도 한다. "OO 기자가 여기에 관심있는 거 같아서 XX 님이 기사화 제안하는 거 어떻냐고 그랬다" 이런 식으로 말하거나. "XX 부서에서 기사내고 싶어하는데 제가 친한 기자한테만 부탁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PR 담당자 성과를 매길 때, 기사 건수가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이다 보니 보도자료를 내면 기사화 또는 지면 반영을 요청하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전화하기도 하고. 특정 품목 매출 통계를 미리 내서 자료를 만들어 여러 기자에게 돌아가며 전달한다. 'OO 기자에게만 제공하는 단독 콘텐츠입니다'라고 하지만. 알 수 없다. 나한테 온 자료가 알고보니 앞에 다른 기자가 거절해서 나한테 온 것도 있고. 어떤 쪽에서는 아이템을 먼저 기획해서 제안하기도 한다. '이런 주제로 우리 회사 누구와 인터뷰해보면 어떻냐'라거나. 우리 회사 탐방 기사 써보는 건 어떻냐거나. 특정 지면이나 코너를 먼저 거론하며 활용하려는 경우도.

사진=픽사베이

당장 관계는 맺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관계를 트고 싶어서 쓰는 기사도 있다. 좋게 쓰거나 나쁘게 쓰거나 둘 중 하나. 보통 아픈 기사일수록 피드백이 바로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매체가 별로라고 생각하거나, 내용이 가소롭거나. '빨아준다' 또는 '조진다'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둘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었다. 더럽다는 생각도 들고. 조지는 대상이 뭐냐에 따라서 다른데. '사람을 조진다'는 생각은 많이 무섭다. 거슬리거나, 말 안 듣는다고 생각하는 후배를 '조져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 터라.

생각나는 것만 우선 떠올리면 이렇다. 뒷 광고로 논란이 되는 콘텐츠 제작자를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잘못했어'라고만 지적하기에는 매스미디어에 은근한 광고성 콘텐츠가 무척 많으니까. 협찬임을 티내지 않고 취재 기사처럼 쓴 기사. 그건 크게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는다. 그 맥락에서 보면 뒷 광고 논란을 빚은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듯하다. 누군 되고, 누군 안되는 게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고. 뒷 광고 논란을 보면 낯이 뜨겁다. 나도 그런 거 쓰던 사람이었으니까.

광고는 참 어렵다. 광고가, 협찬이 지속가능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재원이 될 수 있어서.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기가 어렵다. 거기에 너무 기대는 것도 문제 있지만. 광고성 콘텐츠라도 사실을 담았고, 검증했으며, 독자에게 도움되는 내용이 있다면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요즘 인스타그램을 봐도 해시태그에 광고라고 쓰고, 아예 앞 광고라고 표현한 콘텐츠가 올라오는데 도리어 호응하는 이들도 있다. 아마 그건 그 사람 이미지가 호감이라서 '앞 광고 하고 돈이나 벌어!' 이런 대중 심리도 작용하는 듯하다. 광고 대상이 좋아보이기도 할테고.

사진=픽사베이

뒷 광고 논란은- 내게도 떳떳한 문제는 아니라서 시원하게 말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다만 시장을 보면- 언론은 광고 콘텐츠를 싣는 매체로써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 아직도 활용하긴 하지만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대중에게 더 영향력있고 신문은 잘 보지 않으니. 업체도 그쪽에 광고를 주력하는 듯하다. 신제품 나오면 이런 이들에게 일찌감치 돌려 리뷰 콘텐츠를 만들고. 기업에서 자신들이 직접 브랜드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도 공을 많이 들인다. 언론에 실리는 건 자기들 뜻대로 할 수 없는 점도 있고. 자신들은 이런 걸 강조하고 싶지만 언론에서는 다른 데 주목해서 괴리가 생기고.

그럴 바에 자기들이 직접 좋은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어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게 더 낫기도 하다. 브랜드 메시지를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는 데 도움된달까. 이를 바라보는 언론은 만감이 교차할 거다. 광고 플랫폼으로 매력이 떨어지면 협찬도 줄 것이고, 이미 그건 진행 중이고. 뒷 광고 논란을 보면 밥그릇 싸움, 광고 플랫폼 가치가 하락한 어떤 무리의 시기와 질투도 없잖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부장과 어떤 화장품 회사 사람을 만났을 때였다. 그 사람은 크리에이터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라고 일침했다. '나 만나서 협찬 요청하지 말고 이런 이들 보면서 창의적으로(?) 돈버는 방식을 연구하라'는 메시지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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