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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영국 여행 못다한 이야기 : 숙박 장소 리뷰

by 딱정벌레
하이드 파크. 사진=딱정벌레

영국 여행을 간 지 벌써 1년이 됐다. 2019년 10월 9일 한글날에 출국했다. 1년 전 오늘은 런던을 관광했다. 아마 이 시간쯤 하이드 파크를 지나서 모노클 숍으로 향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다음 BBC를 거쳐 어니스트 버거에서 수제버거를 먹어치우고 이런저런 매장을 구경한 다음, 애비 로드와 해롯 백화점, 타워 브릿지에 갔고. 토요일마다 여행 후기를 썼다. 진작에 끝냈어야 할 작업인데- 이야기를 너무 끈 게 아닌가 싶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매주 글을 올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오늘에서야 마무리한다. 그동안 빠진 이야기가 뭐가 있나 살펴봤다. 숙박 장소가 있었다. 숙박 장소를 저번 옥스퍼드 글처럼 간단히 소개하고 리뷰하려고 한다.

현지에서는 모두 호텔에 묵었다. 숙박 장소를 내가 정한 건 아니었다. 비행기 티켓, 기차 패스, 숙박장소 예약은 여행사에 맡겼다. 그 안에 세부 일정만 우리끼리 알아서 짜서 움직이는 식이었다. 비행기의 경우, 어느 항공사로 언제 떠날지 정도만 이야기하고, 기차 패스는 1등석과 2등석 중 뭘 탈건지 의사를 밝히는 정도. 숙박장소의 경우, '왜 여기서 묵었냐'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트윈 베드룸에서 묵었다. 호캉스 마니아가 갈만한 곳은 아니다. 부킹닷컴 같은 데 올라온 사진은 실제와 괴리가 크니 너무 믿지 말길. 나쁘지는 않다. 더럽지도 않고. 청소는 매일 해서 깔끔했다.


1.런던-앰배서더스 호텔

사진=딱정벌레

앰배서더 호텔 그룹의 여러 브랜드 중 하나다. 우리는 얼스 코트 역 근처에 있는 앰배서더스 호텔에 묵었다. 얼스 코트는 런던 부촌이고 동네가 깔끔했다. 앰배서더스 호텔 외에도 매리어트 호텔이나 켄싱턴 호텔 등 여러 호텔이 모여 있었다. 지하철 얼스 코트 역뿐만 아니라 글로세스터 로드 역과도 가까웠다. 히드로 공항에서도 바로 가는 지하철이 있어서 그걸 타고 약 50분 걸려서 도착했다. 자연사 박물관이나 로열 알버트 홀, 하이드 파크 등 명소와 가까웠다. 20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도보 여행하기 좋은 동네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도 많다. 테스코 익스프레스나 샐스배리 매장이 가까이 있었다. 식당도 많고.

동네는 그렇고- 숙박 장소는 쏘쏘했다. 영국에서 묵은 호텔이 등급이 엄청 높은 건 아니고(3성쯤?) 오래된 곳도 많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늘 숙면했다. 조식은 전형적인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쏘쏘했다. '생각보다 괜찮다'는 정도. 방 넓이도 보통이었다. 영국은 팁 문화가 아닌지 팁을 올려놓아도 가져가지 않았다. 유명 관광지와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여행하고 싶다면, 엄청 좋은 시설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권할 만하다. 가기 전에 리뷰를 나도 찾아봤는데 혹평이 많았다. 실제 가보면 그리 끔찍하지는 않았다. 런던에서 멀어질수록 숙박장소 질과 조식이 더 나았다. 또 가지는 않을 듯.


2.옥스퍼드-베스트 웨스턴 플러스 옥스퍼드 린턴 롯지

사진=딱정벌레

런던 근교인 옥스퍼드만 가도 숙소가 한결 나았다. 옥스퍼드는 대학 도시이고 작은 도시라서 조용한 분위기다. 런던처럼 왁자지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얼스 코트도 주거지역이라서 시끄럽지는 않지만 사람은 많았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 듯. 우리가 갔던 주요 관광지와는 버스로 이동하는 게 나았다.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런던 앰배서더스 호텔보다 더 깔끔하고 주변이 고요했다. 길 건너편에 교회도 있고.

현지에서 지냈던 숙소 중 드물게 LG 텔레비전을 갖다 놓았다. 호텔 외관은 예뻤다. 담장에 가로로 길쭉한 꽃바구니가 걸려 있고. 꽃도 아름다웠다. 조식은 역시 런던 앰배서더스 호텔보다 훨씬 더 좋았다. 먹거리도 다양하고. 오버나이트 오트밀도 있고(이건 다른 지역 가도 있기는 했지만, 아님 내가 런던에서 발견하지 못한 건지). 두 번 접시를 비웠다. 우리가 묵은 날은 마라톤 경기 전날이라서 숙소 모든 자리가 차 있었다. 옥스퍼드에 다시 간다면 또 묵을 것 같다.


3.리버풀-머큐어 리버풀 애틀랜틱 타워

사진=딱정벌레

국내에도 있는 머큐어 호텔이다. 리버풀 시청 근처에 있고. 영국 음악 박물관이나 테이트 미술관, 비틀즈 스토리, 캐번 스트리트 등 주요 관광지와 가까웠다. 버스 정류장, 전철역 등 대중교통 인프라도 잘 돼 있고. 호텔 바로 앞에 항구가 있다. 아침에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조식을 먹기에 좋다. 시설은 괜찮았다. 음악의 도시라서 그런지 침대 머리맡에도 음악 분위기 나게 꾸몄고. 난 침대에 누워서 사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영상으로 시청했다. 잠도 잘 잤다. 화장실에는 욕조가 있지만(옥스퍼드에도 있었지만) 욕조가 높지 않아서 목욕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조식은 좋았다. 먹거리도 다양하고. 리버풀에 또 간다면 한번 더 갈 의향이 있다.


4.맨체스터-머큐어 맨체스터 피카딜리 호텔

사진=딱정벌레

번화가인 맨체스터 피카딜리에 위치해 있다.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시청이나 미술관, 안데일 쇼핑몰, 트램 정류장 등이 모두 근처에 있다.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은 버스를 타고 좀 더 이동해야 한다. 방에서는 피카딜리 정원이 보이는데 전경도 괜찮다. 직원도 친절했다. 퇴실할 때 설문조사도 받고. 우리 방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 들어갔을 때 꿉꿉한 냄새가 났다. 이내 적응했는데 그거 빼고 괜찮았다. 숙면했고. 조식도 먹을 게 많았고. 위치는 좋은데 맨체스터에 간다면 또 가지는 않을 듯하다.


5.에든버러-올드 웨이벌리 호텔

사진=딱정벌레

에든버러 신 시가지에 있으며 스콧 기념탑이나 칼턴 힐, 주요 관광지와 가깝다. 에든버러 성이나 로열 마일이 있는 구 시가지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주변에 식당이나 H&M 같은 옷 가게도 있고. 갈만한 곳은 많지만 날이 저물면 모두 문을 닫는다. 그래도 딜리버루로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으니 괜찮다. 숙소는 좀 오래된 느낌은 있지만 에든버러 도시 빨인지 모르겠는데 빈티지한 멋은 있었다. 커튼이나 조명이 고풍스럽기도 하고. 창이 크고 올라가 앉을 수 있는데 운치 있었다. 잠도 잘 잤다. 조식도 먹거리가 다양했고. 마지막 날 일찍 공항에 가야 해서 그날 조식을 건너뛴 게 원통할(?) 정도였다. 에든버러에 다시 간다면 여기에 또 묵을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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