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에서 비행기로 코펜하겐까지 도착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국내선 급 거리라서 금방 내린 듯한데. 북유럽 다녀온 지 2년 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코펜하겐 카스트럽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시간이었다. 그러나 백야 때문에 대낮처럼 훤했다. 공항 풍경만 봤을 때는 여기도 완전 도시였다. 덴마크는 안데르센의 나라라서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연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거대한 광고판을 보면서 느낀 건 하이테크 한 느낌의 대도시 같았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9시 가까이 됐지만 해가 쨍쨍했다. 숙소 상태는 북유럽에서 묵은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북유럽에서 지냈던 숙소 모두 괜찮았지만(배에서 잘 때 빼고). 침구류나 벽지 색 등이 여기가 가장 예뻤다. 사진도 따로 찍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베르겐 숙소도 괜찮았던 듯. 덴마크는 칼스버그의 나라이고 1층 로비에서는 칼스버그 생맥주를 판매했다. 돌아보니 마셔볼 걸 그랬다 싶다. 국내에서는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칼스버그 생맥주를 파는 곳을 못 봐서.
조식도 괜찮았다. 숙소 내 식당도 깔끔했다. 과일주스를 내려마시는 기계가 특이했다. 태블릿 PC를 옆에 뒀는데 화면에서 내가 마시려는 주스 종류를 터치하면 거기 맞춰서 주스를 내리는 방식. 첨부한 사진에서 먹은 건 썩 맛있어 보이지 않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생각으로 그냥 먹었다. 여행 가서 아침은 무겁게 먹지 않는다. 무겁게 먹을만한 메뉴도 딱히 있지 않고. 시리얼에 빵, 계란, 바나나 정도 먹고 마는 듯. 세련된 장소에서 아침을 먹고 숙소 주변을 구경한 다음,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 향한 곳은 뉘하운 운하. 코펜하겐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곳. 이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로 여기 사진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어떤 TV 채널에서 윤식당처럼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가서 포차 차리고 음식 파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 있는데 그때도 여기가 배경이었던 것 같다. 배우 신세경, 박중훈도 나오고. 1950~60년대에 코펜하겐에 와서 아직 살고 계시는 할머니가 출연했다. 어떻게 그 시대에 이렇게도 멀리까지 오셨는지. 그때는 여기 사람들도 살기 어려운데 잘 대해줬다고 현지인을 따뜻하게 기억하시는 게 인상 깊었다.
뉘하운 운하에서는 배를 타고 투어를 했다. 영어로 안내도 해주는 데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잘 안 들렸던 듯. 사진 찍느라 바빴다. 배를 오래 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건 인어공주 동상 뒤태와 오페라 하우스 건물 정도. 수상 가옥이라고 해야 하나. 보트 띄워놓고 레스토랑이라고 쓰여 있던 것도 인상 깊었다. 보트를 타고 코펜하겐 시내를 빨리 훑어본다는 의의 정도 있는데. 그냥 노천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궁금한 곳 여기저기 둘러보는 게 더 좋은 듯하다. 참고로 이날 날씨가 흐렸다.
이어서 아말리엔 보르 성과 프레데릭 교회에 갔다. 이날 오후에 오슬로로 가는 DFDS 배를 타야 해서 시간이 많지 않았다. 헬싱키 여행할 때와 비슷한 듯. 노르웨이 빼고는 대체로 여행이 그런 식이었다. 아말리엔 보르성은 덴마크 왕실에서 겨울에 전용으로 쓰는 궁전이라고 한다. 주 건물은 4개. 밖에서만 건물을 구경하고 가운데 동상만 사진 찍었다. 이때 비가 흩뿌렸는데 동상 주변에 철퍼덕 앉아 있는 관광객이 많았던 것 같다. 동상 주인공은 프레드릭 5세. 궁에서 좀만 걸어가면 프레데릭 교회가 있다. 큰 돔이 특징인 대리석 교회.
1번 프레드릭 5세 동상, 2번 프레데릭 교회, 3번 프레데릭 교회 돔, 4번 시청, 5번 안데르센 동상, 6~7번 시청 내 전시, 8번 시청 주변 거리. 사진=딱정벌레
궁과 교회는 발만 찍듯 역시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구경하고 점심을 먹었다. 이때 비가 많이 왔다. 밥 먹고 나서 시청으로 향했다. 길 건너편에는 티볼리 놀이공원이 있었다. 시청 주변에는 그 유명한 안데르센 동상도 있었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티볼리에서 놀이기구도 타면 좋을 텐데. 사진만 찰칵찰칵하고 시청에서 전시를 봤다. 2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사진을 봐도 무슨 전시인지 기억이 안 난다. 목적의식 없이 내부를 거닐고 전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밖을 나왔다.
시청 주변 거리를 거닐었다. 앞서 언급했듯 덴마크는 동화의 나라이고 코펜하겐을 들으면 운하 이미지와 겹쳐서 흡사 하이델베르크나 에든버러 성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시청 주변도 영락없는 도시였다. 거리에는 버거킹, 스타벅스, 세븐일레븐 등이 있고.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매장도 있던데 코펜하겐에서 이 매장을 보니 신기했다. 세븐일레븐에는 먹거리가 국내 편의점보다 많았다. 유럽에서 갔던 편의점이 다 그랬던 것 같다. 바나나, 감자 이런 게 매대에 잔뜩 있고. 난 세븐일레븐에서 인어공주 자석을 샀다. 스노볼처럼 생긴 인어공주 자석. 코펜하겐이 너무 예뻐서 다른 곳에서도 자석을 몇 개 더 샀다.
이곳저곳 거닐다 게피온 분수와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이동했다. 게피온 분수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덴마크 선원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고. 게피온이라는 이름은 덴마크 수호의 여신 이름. 인어공주 동상은 워낙 유명한데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작은 이모도 30여 년 전 유럽에 연수를 갔는데 동료 교사들과 코펜하겐을 여행하셨다고 했다. 그때는 사람도 없고 조용했다고. 텅 빈 인어공주 동상을 배경으로 찍은 이모 사진을 본 적 있다. 여행 자율화도 되기 전에 좋은 기회로 연수받고 유럽도 여행해서 20대 시절 이모 마음이 얼마나 셀렜을까 싶었다.
1번 게피온 분수, 2번 인어공주 동상. 사진=딱정벌레
나도 인어공주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싶은데 비도 오고 사람들도 많아서 촬영 환경이 편치 않았다. 어떤 관광객이 우산을 쓰고 쪼그리고 앉아서 인어공주 동상과 셀카를 찍는 게 보였다. 그에게 내 사진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세 번 정도 사진을 찍어주던데 찍을 때마다 썩 마뜩지 않아하는 표정이었다. 사진을 잘 못 찍어서라기보다 모델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만. 굳이 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남자인데다 외모가 괜찮아서 말 걸어보고 싶었다. 흡.
DFDS를 타야 해서 서둘렀다. 난 북유럽 여행을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왔다. 일행 중에서 나보다 7살 어린 여대생과 대화를 많이 했다. 그와 DFDS를 같이 둘러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왔던 차였다. 그가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친구들에게 북유럽 여행 온다는 말을 못 했다고. 친구들이 아르바이트하기 바쁘고 이렇게 유럽 여행할 여유가 나지 않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다고. 친구들이 위화감 느낄까 염려하는 이분의 마음 씀씀이에 새삼 감동(?)했다.
1~2번 DFDS, 3~5번 DFDS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 사진=딱정벌레
DFDS는 실자 라인보다 좋은 배였다. 배 규모도 컸다. 면세점도 실자 라인보다 더 컸던 것 같고. 덴마크는 레고의 나라이기도해서 이 배안에도 레고 체험하는 놀이공간이 있었다. 면세점에서는 뉴발란스 분홍색 운동화를 샀다. 신고 갔던 운동화가 문제인지 발이 아프고, 많이 걸어야 하는데 더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할 것 같았다. 원래 신던 운동화가 낡았기도 하고. 면세점이라서 할인 폭도 커서 운동화를 샀다. 저녁 시간에 서빙을 하는 덴마크인 직원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국말을 제법 잘했다. 배안에서 자는 건 편하지 않았다. 난 이층에서 잤는데 덩치 큰 내가 위에서 자고 있고 침대가 끼익 끼익 거리니 아래층에 자던 분이 두려워하신 듯.
코펜하겐은, 덴마크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제대로 여행하고 싶은 곳 중 하나다. 헬싱키처럼 너무 짧게 다녀오기도 했고. 코펜하겐은 운하빨일 수 있지만 도시가 예뻤다. 진득하게 잘 둘러보지 않고 놓친 게 많은 듯해서. 또 코펜하겐이 아니라도 레고를 테마로 여행하고 싶기도 했다. 레고 본사가 있는 빌룬에 간다거나. 덴마크를 느끼고 싶어서 내가 아는 덴마크 뮤지션 두팀 중 하나인 '뮤(Mew)' 음악을 내내 들었다(나머지 하나는 마이클 런즈 투락). 내가 좋아하는 건 'The Night Believer'. 'Satelite'나 'Water Slide'도 여행가서 많이 들었다. 이 밴드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