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부터 완성까지 지난한 과정
최근 작업한 기술 콘텐츠 주제는 '인공지능(AI) 학사 서비스'였다. 기술 콘텐츠를 납품하는 모 AI 기업 기술과 최근 모 대학에 구축한 AI 학사 서비스가 주요 내용이었다. 해당 기업 기술과 관련 서비스는 지난해에 주로 집중해서 썼다. 웬만한 기술은 거의 다 소화해서 해당 기업 기술에 한정하지 않고 AI와 데이터 큰 주제 안에서 내가 글감을 찾아 글을 써 납품하고 있다. 혹시 해당 기업 기술과 관련된 내용이 있으면 이를 일부 언급하기도 한다. 전에 다뤘던 내용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글에 담았다. 물론 기술 자체는 새롭지 않고 원래 있던 상품이다. 이를 활용해서 모 대학에 AI 학사 서비스를 구축한 것. 이 주제를 자세히 다뤄달라고 전달받았다. 해당 기업 기술과 관련 서비스를 소재로 써도 글 전체를 그 내용으로만 채우지는 않는다. 글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건 해당 기업 기술과 관련 서비스이지만- 독자에게 배경지식과 정보를 전달해야 자연스럽게 읽히기에 시장 상황이나 필요성도 자세히 쓴다. 50% 차지하는 듯.
AI 학사 서비스를 부연 설명하자면- 요즘 국내외 대학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룰 운영하고 있다. 챗봇도 있고, 포털처럼 운영하기도 하고. 챗봇은 24시간 문의를 소화하는 사례가 많지만- 해외 사례를 둘러보면 좀 더 지능화된 사례도 있다. 아예 학생의 학교생활 개인비서가 돼서 시간표도 보여주고, 공강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고, 예약한 도서가 준비되면 이를 알려준다. 학생이 참여할만한 워크숍 등 행사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챗봇이 아니더라도 이런 추천이 가능하긴 하다. 국내 대학 사례를 보면- 전공 로드맵은 물론이고 대외활동, 학습활동을 추천하기도 한다. 학사경고 위험이 있는 학생을 예방 관리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대학이 AI로 이런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꼭 AI까지는 아니라도 디지털 기술로 학사 운영을 첨단화한 사례는 전에도 있었고, '스마트 캠퍼스'라는 광범위한 용어로 이를 포괄하기도 하는 듯하다. 정부에서도 이렇게 캠퍼스를 디지털 혁신하는 대학을 선발해서 지원해주는 듯.
해당 기업 서비스는 AI 포털과 비슷했는데- 대학시절 학사정보시스템을 생각하면 된다. 단, 교과목을 추천하고 검색하며, 교수를 검색하는 데 AI가 접목됐다. 학생 이력이나 전공, 관심사로 지정한 해시태그 등을 종합 참조해서 들을만한 교과목을 추천해줬다. 교수를 검색하면 비슷한 교수를 연관 추천처럼 보여주기도 하고. 교과목도 마찬가지. 단순 검색 서비스 같지만 뒷단에 돌아가는 과정은 꽤나 복잡하면서 정교했다. 학내 전산에 산재한 각종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고.
해당 기업 기술과 관련 서비스를 다뤄서 평소 글보다 참고자료는 절반 수준이었다. 해당 기업 내용이 중심이 돼야 하기에 시장 상황, 필요성 등 배경 지식은 평소 쓰던 글의 최소 수준으로 들어가는 게 나았다. 참고자료는 이렇다. 정부부처 보고서, 정부부처 홈페이지 기고글, 연구소 글, 기업 관련 서비스 홈페이지, 기업 유튜브 영상, 교육 관련 통계 홈페이지, 국내외 언론, 사전, 글 납품 기업 입찰 자료와 관련 서비스 보도자료, 해당 기업 홈페이지, 해당 기업 기술 백서, 해외 비영리 기구 글 등.
정부부처 보고서는 교육부를 비롯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자료였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방향과 핵심과제' 보고서였다. AI 시대를 맞이해 2025년 우리 교육정책 방향, 로드맵을 담았다. 서두와 본론 1에서 AI 학사 서비스 필요성을 다루는 데 도움됐다. 정부부처 홈페이지 기고글은 교육부의 '행복한 교육'에 실린 글인데-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점과 개인화 필요성을 참고했다.
연구소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AI로 교육을 혁신한 사례를 조사한 내용이었다. AI로 학사 서비스를 구축한 해외 대학 사례를 참조했다. 기업 관련 서비스 홈페이지는- 해외 대학 가운데 AI로 학사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 사례를 글에서 다룰 때 활용했다. 기업 유튜브 영상도 마찬가지. 구체적인 작동 과정을 볼 수 있고,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됐다. 교육 관련 통계 홈페이지는 국내 대학 정원을 참조하기 위해 들어갔다.
언론은- 국내 언론은 조선일보, 중부매일, 한경잡앤조이. 조선에듀, 경기일보 등을 봤다. 국외 언론은 에듀코즈, USA투데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유니버시티 비즈니스 등을 참고했다. 언론 보도에서는 AI 학사 서비스 사례와 현행 교육 문제점, 대학 한계(자퇴생 수 증가 등), 코로나 19가 대학 교육에 던지는 과제, AI 도입 필요성 등을 조사하는 데 활용했다. 언론 보도에서 모티브를 얻어 추가 조사하기도 하고. 사전은 시사상식사전을 봤다.
글을 납품하는 기업 입찰자료에서는 이번에 구축한 서비스와 여기에 쓰인 기술, 장점 등을 참고했다. 보도자료에서는 해당 기업 서비스 내용을 참조했다. 홈페이지에서는 기술에 대한 세부 설명을 봤다. 기술 백서에서도 기술 내용을 참고했다. 해외 비영리 기구 글은 세계경제포럼에서 쓴 글인데 AI가 대학을 어떻게 바꾸는지 다룬 내용이었다. 이번에 참조한 영문 자료 가운데 직접적으로 인용하는 식으로 참조한 글은 많지 않았다. 개요를 짜거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활용했다.
글 작성방식은 이렇다. 자료조사-초고 작성-퇴고 1-퇴고 2-이미지 편집-마무리 작성-퇴고 3-퇴고 4-발송-수정 요청-수정-재발송 등. 글은 아직 발행되지 않았다. 해당 기업 기술과 사례를 평소보다 더 큰 비중으로 자세히 썼기도 하고, 내가 처음에 쓴 버전과 그쪽에서 원하는 방향이 달라서 오랜만에 수정 요청이 있었다. 나도 이런 게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작년에 썼던 감각을 잊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런 피드백과 수정 요청이 글을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된다.
개요는 이렇다. 서두-본론 1(관련 사례, 필요성)-본론 2(해당 기업에서 구축한 AI 학사 서비스)-본론 3(해당 서비스에 활용한 기술)-마무리. 글 전체 분량은 평소에 쓰던 것보다 적었다. 보통 본론을 하나 더 쓰기도 하는데 AI 학사 서비스를 통한 교육 개인화로 범위를 좁혔더니 이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뭔가를 더 넣을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더 넣으려면 넣을 수 있겠지만 크게 꼭 필요한가 싶은. 프라이버시 중요성을 넣을까 했다. 이는 중요한 내용이지만 뻔한 듯해서 글에 넣지 않았다.
서두에서는 이 글에서 다루려는 주제를 소개하고, 그 이유를 시의성과 연결 지어 썼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AI 교육정책 방향과 당국이 우리 교육에 느끼는 문제의식, 방향성에서 개인화를 도출하고 이를 AI와 연결했다. AI로 개인화 구현할 수 있는데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학사 지원도 가능하다고. 국내 대학을 중심으로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내가 글을 납품하는 기업도 모 대학에 이런 걸 구축했다고 밝히며, 코로나 19와 관련성을 쓰고 글에서 알아볼 내용을 간단히 요약했다.
본론 1에서는 학사 서비스에 AI를 도입한 글로벌 사례와 필요성을 주로 썼다. 글로벌 사례를 주로 언급한 까닭은 국내 사례는 서두에서 간략히 다뤘으며, 이게 글로벌 트렌드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세 가지 사례를 다뤘는데 주로 챗봇이었다. 필요성은 현재 대학이 풀어야 할 과제를 언급하고 AI가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작동방식을 예로 들고, 기대효과를 함께 언급하면서. 과제를 언급할 때는 코로나 19와 관련성도 설명해 시의적절하게 와닿도록 했다.
본론 2에서는 해당 기업이 모 대학에 구축한 AI 학사 서비스 사례를 썼다. 특징과 핵심 기능, 장점을 주로 썼다. 해당 업체에서 수정 요청을 받고 다시 수정한 부분이기도 한데- 처음에는 내가 너무 튜토리얼 중심으로 썼다. 업체에서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은 해당 대학교 학생이 아닌 이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서 장점을 더 부각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했다. 업체에서 코멘트한 내용과 제공받은 자료, 추가로 받은 자료를 참조해서 내용을 수정했다.
본론 3에서는 해당 서비스 뒷단에 작동하는 네 가지 기술을 설명했다. 이것도 수정 요청을 받고 수정한 부분이었는데- 처음에는 세 가지 기술을 썼다. 나머지 한 가지 기술도 쓰려고 했지만 내용이 별로 없어서 쓸만한 게 적다고 판단했다. 해당 업체에서 피드백하기로는 그 기술도 이 서비스에 중요하다며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을 코멘트해줬다. 입찰 자료를 다시 확인해보니 그 자료에 나와있었지만 이 기술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구분된 건 아니라서 내가 넘어갔던 내용이었다.
마무리에서는 서두, 본론에서 다룬 내용을 요약했다. 평소 쓰던 글과 달리 해당 기업 사례와 기술과 관련된 내용을 우선순위로 요약했다. 제일 첫 번째는 아니고, 세 번째쯤? 해외 대학 사례나 필요성은 뒷부분에서 다뤘다. 비록 요약문이긴 하지만 해당 기업 기술, 서비스가 이 글에서 더 주목받아야 하고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마무리에서는 내용을 요약할 때 이 점을 반영했다. 나중에 SNS에 콘텐츠 알림 게시글을 올릴 때도 이 요약문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느낀 점은- 첫째, 늘 하는 이야기이긴 한데 예상보다 어려웠다. 내용이 어렵다기보다 글을 구성하고 완성하는 과정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머리로는 이것저것 그리지만 그걸 실행에 옮길 때가 특히 어렵다. 일도 그렇고, 글도 마찬가지다. 머리로 생각할 때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될 것 같다. 근데 이걸 활자로 옮기면 엉성하고, 말이 안 맞고, 잘 안 읽히고, 비논리적이고, 억지스럽다. 글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이 단계에 있을 때 어렵고, 힘들고, 절망적이다. 이거 어쩌지.
이번 주제는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직전에 했던 보험 서비스나 그동안 다뤘던 다른 주제보다 수월할 거라고 예상했다. 의료나 보험은 업계 특수성이 강하고 전문 용어도 많지만- 교육도 그런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심리적 문턱이나 업계 현황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일반인이 넘어야 하는 문턱이 비교적 낮지 않나 싶었다. 교육이 쉽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랬는데 난이도는 난이도고, 말이 되게 글을 쓰는 게 다른 문제다.
둘째, 첫 번째 이야기와 연장선상에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와 같은 상황을 이유로 글을 생각만큼 빨리 진척시키기 어려웠다. 평소보다 더 일찍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약간 시간이 덜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이번에는 초고를 완성도 높게 써서 퇴고 시간과 과정을 효율화하려고 했다. 그래선지 모르겠지만 초고 작성 과정에 시간이 엄청 걸렸다. 서두는 네 번 새로 썼다. 최종안이 '최고'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최선'이었다.
셋째, 글 전체를 관통하는 큰 줄기, 핵심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서비스와 관련 기술의 초점은 개인화와 추천 기능이었다. 그러면 서두도, 본론 1도 그렇게 쓰면 되기는 하다. AI와 개인화는 밀접한 관계에 있고, 오늘날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 개인화라는 건(이제는 '초개인화'라는 표현도 쓴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이걸 당위로만 언급하는 데 그치면 불친절한 글이다. 교육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촘촘하게 논증할 필요가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그건 사실 자료를 조사하더라도 글쓴이가 말을 만들어야 한다. 자료는 그 말의 근거이고. 말을 만들다 보니 비논리적이고 억지스러운 내용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건 수정해야 하고. 그걸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AI와 개인화 교육 이렇게 좁히기보다 AI로 교육을 혁신하는 내용으로 광범위하게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너무 광범위하고, 글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보다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든다. 튀기도 하고,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빠진 느낌이 든다.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서두를 네 번 새로 쓰게 됐다. 서두도, 본론 1도 AI와 개인화 교육, 그중에서도 학사 서비스에서 AI 개인화로 초점을 잡고, 글 범위를 좁혔다. 지엽적이고 사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게 더 일관되고 흐름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대신 필요성을 논증할 때는 좀 더 머리를 많이 쓰고, 내가 말을 만들어야 할 게 많아서 어려웠다. 수정하고, 퇴고 2, 3 단계에 가서도 계속 고치고. 완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내용을 고치고.
넷째, 저번 작업할 때도 고민했던 부분인데 요즘 참 자신감이 없다. 집중도 잘 안 되고. 저번 작업도 힘들었고(업체는 달랐지만), 피로가 풀리지 않은 데다 저번 작업하면서 쓴 글을 흘려보내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다른 작업에 들어가서 그런지 몰라도 '쉬고 싶다', '하기 싫다'는 생각이 강했고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거기에다 예상보다 글을 풀어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또 힘들어하고. 늘 좋은 컨디션으로 일할 수는 없고, 컨디션이 안 좋아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잘해야 하지만-
그전에도 자신감이 많았던 건 아닌데, 아니 또 생각해보니 1년 전과 비교하면 그때가 더 열정 있고 의욕도 넘쳤던 것 같다. 올해는 예년에 하던 수준을 맞추기에 급급하고, 좋은 결과물도 있었지만- 쉽게 지치는 듯하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따로 할 듯한데- 원래 난이도가 내게 만만치 않아서일 수도 있고, 소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해도 마음 놓고 쉬기가 어렵다. 돌아보니 잘 쉬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 들어. 여러 곳과 협업하면서 신경 쓸 일도 더 늘고, 힘든 일도 더 늘었다.
다섯째, 참고자료를 더 꼼꼼히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퇴고 2, 3 단계에 가서도 본론 1을 많이 고치고, 내용을 새로 추가한 게 있었는데- 관계부처 합동 보고서에서 내가 놓친 내용이 하나 있었다. 주로 정책방향을 참고하다 보니 그 자료를 끝까지 다 읽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대학과 관련된 내용이 자세한 게 있었고, 어떤 내용은 본론 1에서 필요성을 다룰 때 언급하면 근거를 강화하는 건 물론, 설득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이걸 놓칠 뻔하다니.
이미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글에 그 내용을 어떻게 녹일지 고민스러웠다. 너무 많은 걸 담지 않아도 되는데 이걸 담고 싶어 하는 건 너무 내 욕심인가 싶고. 글을 많이 뜯어고쳐야 할까 봐 고민스럽고 1시간 누워서 생각해봐야지 하고 눈 감았는데 눈뜨니 아침이고. 근데 글을 다시 읽어보니 크게 고치지 않고 그 내용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이 보여서 그렇게 하고 나니 다행이긴 했다만. 그걸 좀 더 일찍 발견했으면 더 빨리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주의가 많이 부족했나 싶었다.
언제나 쉬운 작업은 없다. 저마다 이유로 늘 어렵고. 마무리하고 글을 털어낼 때마다 '이번이 제일 어려웠어, 고비였어' 이렇게 생각을 반복한다. 주제가 대부분 새로워서 느낀 점도 새로운 듯하다만. 모르겠다. 사실 이번 작업 과정이 힘들었던 건 글 때문만 아니었다. 다른 작업과 관련된 일 때문에 마음이 힘든 게 영향을 줬다. 지난주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한 이후로 최대로 힘들었다. 여러 파트너와 일했을 때 장점만 생각했지 단점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작업은 이렇게 마무리했고 또 다음 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난주까지 벼랑 위에 선 기분이 들 정도로 너무 괴로웠지만. 하나씩 해결되고 있어서 이번 주는 조금 낫다, 조금. 마감하고 나면 마감 뽕을 맞아서 기분이 아주 좋다. 2주 전에는 그랬는데 이번은 별로 그렇지 않다. 이번 작업 때문이 아니고 다른 상황 영향이긴 하지만. 근데 이런 데 익숙해지고 더 단단해져야 한다.
가끔 '글로 먹고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이들을 본다. 어떤 이들은 꿈꾸듯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뭐, 그렇게 시작하기도 하니까. 그분들이 어떤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어 하는지 난 모른다. 글 쓰는 삶의 결은 다양하니까. 어떤 글쓰기는 낭만적 구석도 있다만. 뭐가 됐든 내 삶을 책임지면서 살아갈 때는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이 주를 이루고, 상상을 초월하는 낙담하는 상황도 많다. 다 받아들이고 내 삶으로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과정은 참 녹록지 않다. 그게 내 정체성이 되려면 다 견디고 감수해야 한다.
지난주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또 이런 일이 반복되겠지. 나는 이 삶을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까.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가고 그게 평생 업이 된 분들이 대단하다.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좋지 않은 일에는 무게를 두지 않으면서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너무 버거울 때, 내가 그동안 쓴 콘텐츠 회고를 다시 봤다. 어떤 건 불과 몇 개월 전인데도 씩씩하고 자신감이 있었다. 그때 내가 지금 내게 마음을 다잡도록 도와줬다. 여전히 어렵지만 좀 더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