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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정벌레 Jun 09. 2021

혁신 기술 수요를 만든다는 것

'기술 특장점'이 그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이유로 불충분한 까닭

사진=픽사베이

전에도 언급했지만 빌 게이츠의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가 바로 '혁신 수요를 만드는 법' 이야기였다. 정확히는 혁신 수요를 늘려야 할 중요성인데- 그가 혁신 수요를 강조한 이유는 "혁신에 대한 수요가 없다면 발명가들과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시장에 내놓을 동기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의 동기부여라고 해야 하나. 혁신 수요를 만드는 데에는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정책을 활용할 수도 있고, 그 자신이 혁신 수요자로 먼저 역할할 수도 있고.

혁신 수요를 만드는 것과 혁신 기술 수요를 만드는 것은 성격이 다를 수 있다만. 기술 콘텐츠를 쓰는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내게 울림을 줬다. 기술 작가로서 1차 사명은 기술과 대중 또는 잠재고객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2차 사명은 마케팅에 도움되는 기술 콘텐츠다. 특정 기업 기술을 주로 다룰 때는 이 기술 수요를 잠재고객에게 와닿도록 하는 데 콘텐츠 목적을 둔다. 이를 설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기술 특장점이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객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콘텐츠 회고할 때마다 늘 반복하는 이야기인데- 난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지만 내가 설득하는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이 기술에 주목해야 할 이유, 이 기술에 관심 가져야 할 이유, 이 기술을 사용해야 할 이유, 이 기술을 쓰면 당신에게 도움되는 이유 등. 정보와 설명하기 탈을 쓰고 잠재고객에게 설득하려 한다. 노골적으로 기술 특장점만 늘어놓으면 잘 읽히지 않는다. 모두가 광고 콘텐츠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신과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광고라면 더더욱. 최소 지식과 정보는 전달해야 눈길이라도 줄까 말까.

사진=픽사베이

브랜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열심을 다하는 기업은 그 중요성을 안다. 고객을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인지하기도 한다. 콘텐츠 기업이 아닌데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고, 텍스트와 영상, 오디오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 단순히 자사 서비스나 상품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전반을 보여준다. 배경지식을 전달하는 것 같지만 목적은 하나다. 자사 서비스, 상품을 둘러싼 시장환경이나 배경지식을 전달해 안목을 넓히고 이를 잘 소비하게 하는 것. 그걸 이해하는 이와 안 하는 이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굳이 늘어놓는 이유는- 이 또한 혁신 수요, 혁신 기술 수요를 만드는 일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콘텐츠를 본다 없던 수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잊고 있던, 몰랐던 수요를 깨달을 수는 있다. 그 콘텐츠가 잘 먹혀든다면 최소 그 단초는 발견할 수 있다. 넛지가 될 수도 있고,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없는 수요를 만들 수도 있고, 미처 깨닫지 못한 수요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트래비스 켈라닉이 택시 잡다가 빡쳐서 우버를 만들고, 제프 베조스가 인터넷 혁명에 눈을 떠서 인터넷 서점으로 전자상거래를 시작했듯.

까딱하면 또 삼천포로 빠지기 십상이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기술 콘텐츠에서 이 기술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 자료를 폭넓게 조사하고, 관련 업계 시장 현황은 물론이거니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지 않아도 그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와 관련된 이슈를 조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AI로 보험을 혁신하는 방식을 주제로 글을 쓸 때, 자연재해 현황과 기후변화와의 관련성까지 조사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보험업계 고객 모집 통계를 조사하고, 보험계리사와 손해사정사 역할까지 조사하는 것도.

사진=픽사베이

거기서 도출한 문제 또는 해결과제를 추리고 AI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문제를 개선하는 데 어떻게 도움되는지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기술 필요성을 논증한다. 또 의의로 각 챕터를 마무리하면서 의미를 다시 환기한다. 기술 수요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기술이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수요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내용을 보면서 수요를 발견할 수 있길 바라며 쓴다. 기술 작동방식도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이는 정보 제공 성격이 강하다. 관계자가 아니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개발자 대상 콘텐츠라면 기술 작동방식이나 원리를 자세히 쓰는 게 적합하다. 그들은 그 내용에 더 관심이 갈 테고, 인재 채용을 목적으로 기술 블로그를 활발히 운영하는 곳이라면 그런 내용으로 해당 기업을 어필해야 할 테니. 대중이나 잠재고객이라면 기술 내용도 좋지만 수요를 일깨우거나 충족하는 내용에 비중을 두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 비전문가라면 기술 내용은 어려울 수 있고, 의미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콘텐츠로 대중과 관계 맺으려는 기업에는 도움되지 않을 수도.

그런 생각으로 글을 쓰면서 기술 수요를 만드는 일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특정 업체 기술을 자세히 다루는 글을 쓸 때 이런저런 자료를 제공받을 때가 있다. 기능과 기술은 자세히 나왔지만 특장점이나 의미는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추가 질의를 해야 하고, 어떨 때는 답변이 설득 근거로 불충분하기도 하다. 특장점은 가치판단 영역이라서 내 임의로 말을 지어낼 수 없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특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게 글 쓸 때도 정확한 재료가 될 수 있다. 그걸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는 개발한 당사자이기도 하고.

사진=픽사베이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특장점은 물론이거니와 이 기술 또는 이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 이걸로 뭘 해결하고자 하는지도 모호할 때가 있다. 너도 나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코로나 19가 일으킨 혼란과 뉴 노멀을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키워드다. 그게 관련됐을 수 있지만 거시적 이유다. 이 기술로 해결하려는 문제점과 이 기술이 도입되지 않았을 때 상황과 비효율 문제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잠재고객 입장에서도 그런 이유가 더 와닿을 수 있다.

글이 겉도는 느낌이다. 사실 외부인으로, 외주로 콘텐츠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부인 시각으로 기술을 바라본다.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기술력을 내가 논할 입장은 못된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지만. 대단한 건데 그걸 깨닫지 못하거나 와닿는다고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 이 내용을 접하는 대중이나 잠재고객도 나와 비슷할 수 있다. 기술에 이해가 깊은 사람이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데 그 기술이 필요하거나 이를 이용해야 할 사람은 '그게 뭐?' 할 수 있다. 모르면 그렇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모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다리를 놓아야 한다. 다리를 정교하게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와닿지 않는다면 와닿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그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를 이해하고 그의 상황에서 와닿을 수 있는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풀어야 한다. 기술에 수식어를 넣고 미사여구를 덧붙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질적인 내용이 있는 게 아니고,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할 수도 없는 내용이라면- 그런 내용이 얼마나 의미로 와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처=다산북스

사실 오늘은 요즘 읽고 있는 책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보려고 했다. 그 책에서 내가 배운 것, 와닿은 것. 어쩌다 보니 그 내용보다는 글 쓰면서, 일하면서 드는 생각을 더 많이 썼다. 그게 나을 수도. 요즘 '디맨드'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제목 그대로 수요를 다룬 책인데 '인스파이어드'와 더불어서 B2B든, B2C든 업종을 서비스 기업이라면 누구나 볼만한 책인 듯하다. 기술기업도 서비스 기업이니. 다른 내용을 너무 길게 써서 책 문구 가운데 인상 깊었던 글귀를 발췌하고, 코멘트할 게 있다면 내 생각을 덧붙이려 한다. 없으면 안 하고.

"진정한 수요 창조자들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자신들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다. ...(중략) 그들은 사람들의 열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지 알고자 하며, 가장 중요한 질문인 '사람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애쓴다.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바라봄으로써, 그리고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수요 창조자들은 사람들이 직면하는 크고 작은 고충을 해결할 방법을 규명해내고 사람들의 일상을 좀 더 수월하고 편리하게, 좀 더 생산적이고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그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같다."

"...(중략)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한 번에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그들은 진정한 수요가 재무적이고 감성적인 비용, 사회 규범, 인프라, 제품 디자인, 의사소통의 패턴 등과 같이 변덕스럽고 항상 뒤바뀌는 여러 가지 요소들 사이의 흩어진 점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창출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수요는 그러한 종잡을 수 없는 모든 요소들이 직관과 반대되는 방식으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나온다. 또한 수요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구매하도록 설득하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눈과 감성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려는 사고방식으로부터 창출된다."

사진=픽사베이

"...(중략) 수요 창조자들은 '아주 좋은' 제품이 '매력적인' 제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냉혹한 현실을 이미 깨닫고 있다. 그들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소비자들을 열광시키며 여기저기서 고객들의 입에 회자될 때까지 제품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수요를 창조하는 데 시장 선도자가 항상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감성적인 공간을 먼저 창조하고 그것을 먼저 포착하는 자가 승리한다.

...(중략)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제품을 흥하게도 하고 망하게도 한다. 여러 수요 창조자들이 이미 깨달았듯이, 배경 스토리의 90퍼센트가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배경 스토리가 진정으로 완벽해야 수요가 제대로 창조된다. 수요 창조자들은 고객의 고충 지도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점'들을 서로 연결한다.

...(중략) 수요를 창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소비자의 관성, 의심, 습관, 무관심이다. 어떤 제품을 접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방아쇠를 당겨 행동하도록 만들기 전까지는 구경꾼의 태도를 취하면서 구입하려는 욕구를 억누른다. 최고의 기업들조차도 딱 들어맞는 방아쇠를 찾는 데 수년의 시간을 소요하지만, 위대한 수요 창조자들은 구경꾼들을 고객으로 변화시킬 방법을 항상 실험을 통해 검증해 가며 지속적으로 그 방아쇠를 탐색한다.

사진=픽사베이

...(중략) 위대한 수요 창조자들은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균적 고객'이란 개념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고객들이 서로 다른 '고충 지도'를 다양하게 가진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복잡한 시장을 하나의 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동일한 고객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원하는 바가 달라진다는 점 또한 잘 안다. 고충 지도가 파악되면 수요 창조자들은 각양각색의 고객 니즈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목적으로 제품 라인을 다변화하기 위한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다. 당연히 이때 고객이 원하는 바를 필요 이상으로 초과하거나 고객 니즈에 미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해스팅스, 잡스, 블룸버그는 모두 '고충 지도'의 달인들이다. 고충 지도란 고객들의 체험 속에 숨어 있는 불안감, 불편함, 복잡함, 잠재적인 위험 등을 하나로 모아놓은 것을 말한다. 최근에 비행기를 이용했을 때, 잘못 나온 케이블 TV 시청료 고지서를 따져 물을 때, 또는 무책임하고 덩치만 큰 행정기관을 상대할 때 등을 떠올려보라. 그것이 바로 고충 지도라는 말의 정의이다. 불필요한 단계, 의미 없는 시간, 실망스러운 결과물은 고충 지도에서 '마찰 지점'에 해당한다. 이런 마찰 지점 각각을 제거하거나 고객의 고충을 기쁨으로 역전시킴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조할 기회를 얻는다.

...(중략)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원클릭 세계의 개척자였다. 아이팟으로 소비자용 전자제품 시장에 뛰어들 때, 그는 음악과 비디오를 구입하여 정리하고 즐길 수 있게 한 세계 최초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이자 '온라인 소매점'인 아이튠즈를 아이팟과 통합했다. 그런 다음, 그는 아이폰을 통해 이동통신 분야로 진입했고, 앱을 비롯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욱 크고 강력한 시스템과 아이폰을 통합시켰다. 요즘엔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 기술을 영화와 텔레비전 제작자들이 만든 비디오, 출판업자들이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 그리고 기타 정보 및 오락물들과 연결시키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중략) 소니 리더의 첫 번째 버전은 2006년 9월 미국에서 출시됐는데 잘빠진 디자인과 이 잉크 기술을 채용함으로써 지금껏 나온 제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해상도를 자랑하는 혁신적인 디바이스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거의 아무도 이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들을 무선 인터넷으로 손쉽게 다운로드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18개월 후에 아마존에서 출시된 킨들은 소니가 이루지 못한 방법을 현실화시켰고, 아마존을 이북 리더 시장의 승자로 우뚝 서게 했다.

이북 리더의 경쟁은 '불완전한 제품의 저주'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법칙은 간단하다. 원클릭 세계에서 어떤 신제품이 고객이 원하는 것의 일부만 제공한다면 수요를 창출하려는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할 것이다. ...(중략) 위대한 원클릭 기업들은 제품의 물리적 디자인을 매우 신중하게 여긴다. 익히 알다시피 애플의 미적 감각은 단연 최고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고객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우편봉투의 디자인을 150번 이상이나 고치고 또 고쳤다는 사실을 아는가?"

"...(중략) 월스트리트에서의 성공은 본질적으로 모두 정보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을 움직이는 트렌드, 가격의 변동, 불균형, 이례적인 사건 등을 주변의 다른 트레이더보다 얼마나 더 빨리 인식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그래서 투자은행, 증권회사, 투자관리사들은 언제나 전보에서 전화에 이르는, 그리고 텔렉스에서 팩스에 이르는 새로운 정보기술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얼리어답터들이다.

사진=픽사베이

1970년대 초에 이미 블룸버그는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주식 거래로 발생하는 고충을 컴퓨터를 통해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실로몬의 정보시스템 책임자로 일하는 동안, 그는 회사 측에 건의하여 백오피스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연결된 워크스테이션을 모든 트레이더들에게 한 대씩 지급했다. 당시 이러한 조치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런 다음, 트레이더들이 이러한 인프라를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을 대거 채용했다. 트레이더로 일한 경험이 있기에 블룸버그는 트레이더들이 어떤 고충 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다못해 업무환경의 물리적인 요소도 트레이더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중략) 그는 당시 세 가지의 가치를 목표로 삼았다. 첫째는 주가, 채권 가격, 환율 변동과 같은 재무 데이터를 실시간 공급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신속하게 거래를 촉진시키기 위해 트레이더와 백오피스 시스템을 상호 연결하는 전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으며, 셋째는 차익거래의 기회를 발견하거나 주식의 상대적 가치를 비교하는 등의 분석에 사용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런 서비스들은 블룸버그 자신이 트레이더로 일하는 동안 강하게 열망하던 것들이었는데, 그것이 원시적인 전자 장비를 가지고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일한 어느 전문가는 블룸버그가 당시에도 구식이었던 낡은 IBM 셀렉트릭 타자기를 단말기에 연결하며 서비스를 시연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경험이 많고 노련한 트레이더들은 그 원시적인 물건의 능력을 알아차렸다.

사진=픽사베이

...(중략) 블룸버그의 말에 의하면, 메릴린치의 '트집잡기'는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촉진시켰기에 서비스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장점에 깊은 인상을 받은 메릴린치는 이 서비스 구축에 3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향후 5년 간 블룸버그가 메릴린치의 경쟁자들에게는 이 서비스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고서 말이다. 단, 메릴린치가 수요의 물꼬가 터져 엄청난 이익을 실현하게 되면 이 단서조항을 폐기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블룸버그 LP는 날개를 달고 도약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마우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등 전자업계의 혁신 이야기들처럼 킨들의 이야기는 1970년대 제록스의 전설적인 연구소인 팔로알토리서치센터에서 시작한다. 이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니콜라스 K. 셰리든은 흐릿하고 명암대비가 낮아 읽기 힘든 디스플레이 화면이 컴퓨터에 사용된다는 사실에 평소 불만을 느끼던 차에 그 대안을 실험하는 18개월짜리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73년 어느 날, 그는 자신이 기리콘이라 명명한 장치를 만들었다. 명암대비가 높고 깜박거리지 않는 선명한 이미지를 위해서 이 장치에는 액체 위에 떠다니는 미세한 공 모양의 알갱이들이 사용되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이북 리더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기술적 돌파구가 되었다. 하지만 제록스는 셰리든의 발명을 써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제록스 경영진이 근시안적이라며 비판하지만, 진짜 원인은 그보다 더 큰 것에 있었다. '신기술은 그것 자체로는 수요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진짜 원인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혁신과 수요를 연결하는 경로는 일직선이 아니라 복잡하게 돌고 도는 모양을 띤다. 왜냐하면 뜻밖의 발견, 행운, 통찰이 갑작스럽게 찾아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 관련 없는 수많은 상황들이 우연히 함께 벌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며, 수요를 여는 비밀의 열쇠인 배경 스토리의 요소들이 우연히 발견되고 또한 우연히 만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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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세상의 모든 CEO들이 어느 모로 보나 아마존의 창립자인 제프 베조스처럼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으며 매우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베조스는 위대한 수요 창조자로서 다른 CEO들과 구별되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사물과 현상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독히도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강박적이라고 말할 만큼 고객중심적이다. 그는 자신의 사업전략을 이렇게 요약한다. '아주 어려운 문제에 처할 때마다, 그리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란 무한 반복의 늪에 빠져 결정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처할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것을 간단명료한 문제로 바꾸려고 노력한답니다. '음, 고객에게 더 좋은 게 뭘까?'라고 말이죠.'

이것은 결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깔끔하고 명료한 웹사이트 디자인, 원클릭 쇼핑의 간단함, 수많은 소매업들로부터 빈틈없이 물품을 공급받는 능력, 고객 리뷰와 개인화된 제품 추천처럼 야단스럽지 않지만 항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능력 등 아마존의 모든 요소들은 고객들이 쉽고 완벽한 쇼핑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맞춰져 있다. 아마존의 이러한 원칙은 매출에 나쁜 영향을 주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예를 들어, 책이나 CD를 많이 소유한 고객들이 어쩌다 실수로 이미 구입한 제품을 주문하는 경우가 발견되면, 아마존은 고객이 '주문 확인' 버튼을 누르기 전에 경고 메시지를 보여준다. 그렇다. 이것은 매출을 스스로 까먹는 행위이다. 아마존 내부에서도 꼭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베조스는 말한다. '우리는 이런 기능이 고객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합시다.' 길게 보면, 만족한 고객들이 아마존의 사이트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중략) 베조스의 특성 중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없는 특별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략) 그러나 제프 베조스가 리브리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허, 이 기계가 내 사업을 망하게 만들 수 있겠구먼.' ...(중략) 그러나 베조스는 리브리 이후의 차세대 제품을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그는 리브리의 차세대 버전이 여러 언어를 지원할 수 있고, 인터넷에 무선으로 접속이 가능하며, 아마존이나 1997년에 설립된 반스앤노블이 구축한 거대한 온라인 서점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상상했다. 다시 말해, 그의 머릿속에는 놀라운 디스플레이 기술과 함께 뛰어난 배경 스토리가 뒷받침된 이북 리더가 그려졌다.

...(중략) 아마존은 삼성과 같은 전자회사가 아니었고, 애플과 같은 컴퓨터 제조회사도 아니었으며, 노키아와 같은 무선통신 장비업체도 아니었다. 삼성, 애플, 노키아. 이들이야말로 이-잉크와 파트너십을 맺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회사들이었다. 그러나 베조스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이란, 고객의 고충 지도를 통해 사업을 되돌아보고 지도가 시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요를 간파한 다음 '그 수요를 만족시키려면 아마존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다. 만약 답이 '뛰어난 이북 리더 만들기'라면, 그것이 바로 아마존이 해야 할 일이 된다."

사진=픽사베이

"...(중략) 수요 창조가 되려는 많은 이들은 매력적인 제품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고객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얻는 가장 가치 있는 교훈 중 하나는 구매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관성, 회의주의, 나태와 습관, 무관심에 의해 상당히 크게 지배받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고객들이 뛰어난 신제품을 접하게 돼도 실제로 구매하는 시점은 몇 개월 후이거나 심지어 몇 년 후인 이유다. 제품의 매력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는 있지만, 특별하면서도 행동을 유도하는 '방아쇠'가 없으면 사람들은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중략) 제품을 알게 된 날과 실제로 구입한 날의 차이가 바로 수요의 방아쇠를 의미한다. 방아쇠는 고객의 관성을 극복하고 제품의 매력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어떤 방아쇠는 매력의 '기능적 측면'을 강화함으로써 그런 작용을 한다. 예를 들어 이런 방아쇠는 제품의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제품을 더욱 편리하게 하며, 제품을 좀 더 고객 맞춤식이 되도록 만든다. 다른 종류의 방아쇠는 제품의 '감성적 울림'을 크게 하는 작용을 한다. 훌륭하고 기발한 광고, 프로모션, 마케팅, 입소문 캠페인 같은 것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어떤 방아쇠는 고객에게 샘플(견본품), 무료 체험, 할인 멤버십 등을 제공하고 시험 사용 후에 구입하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제품의 매력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방아쇠는 효과가 그때뿐인 방아쇠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산한다. 매력적인 제품들은 희소가치가 있고 놀라운 것들이다. 그러나 방아쇠가 없으면, 매력적인 제품이라 해도 수요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다. 하나의 방아쇠를 탐색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실상 수요 창조를 다루는 모든 이야기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사진=픽사베이

...(중략) 네스프레소의 역사야말로 사람들의 발이 닿지 않은 땅을 개척해온, 놀라운 이야기다. 수요 창조의 과정은 주로 미지의 것을 존중하고 발견하며 재편하는 과정이다. 네스프레소는 과거에 여러 차례 이런 과정을 되풀이해야만 했고 미래에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행크 크바크만은 말한다. '만일 시장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개척해내려 한다면, 참조할 사례도 없고 로드맵도 없습니다. 그래서 시도하는 것이 열쇠입니다. 아무도 무엇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시도할수록,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더 빨리 배우고 더 빨리 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위대한 수요 창조자들은 강력한 수요의 흐름을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언제나 변하며, 언제가 커지기만 하는 고객들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고 또 넘어서기 위해 집중적이고 꾸준하게 개선 과정에 몰입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자신의 최고 성적에서 10분의 1초를 줄이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하며, 가끔은 극적이고 새로운 기술을 창안함으로써 자신의 스포츠 종목에서 대변혁을 일으키고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는 올림픽 출전 선수처럼, 수요 창조자는 항상 훈련하면서 더 좋아지고 더 빨라지는 방법을 꾸준히 탐색한다.

사진=픽사베이

...(중략) 최조 출시된 이후에 제품이 더 좋아지는 속도를 '궤도'라고 부른다. 궤도의 경사가 급할수록 고객에게는 이득이 된다. 어떤 제품들은 각도가 겨우 5도밖에 안 되는, 피상적인 개선을 이루는 반면, 어떤 제품들은 45도 정도의 엄청난 경사로 개선되기도 한다. 경사가 급한 궤도는 기존 고객을 만족시키고 신규 고객을 끌어모은다. ...(중략) 궤도의 관점으로 생각하느냐의 여부가 종종 수요 창조의 승자와 낙오자를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

"...(중략) 수요 창조자들은 평균 고객이라는 개념 대신에 고객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에 자신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관해 질문을 던지면서 항상 수요의 다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다음, 수요 창조자들은 고객들을 여러 개의 하위 그룹으로 나눔으로써 고객들이 '평균적인 그룹'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실제로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며 원하는지를 파악하려고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간다. 이러한 '역 평균화'의 과정은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과제지만 동시에 거대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수요 창조자들이 다변화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다변화는 수요 창조자들에게 종래의 '평균 고객' 접근방식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정교하고 더 수익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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